가뭄과 홍수는 아마도 태고 이래의 인간고난일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가물어 벼가 무성하게 자라야 할 논에서 먼지가 이는 곳을 종종 보니 가슴 아프다. 그러나 한편에는 땅을 파고 지하수를 퍼 올려 시원스러이 마른 논을 적시며 그 위에 모가 나부끼는 것을 보니 새삼 신기롭다. 지표에는 불볕이 쏟아지고 대지가 타는 듯 보여도 그 밑에는차가운 물이 가득 고여 퍼울려 쓰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비록 현상생활이 메마르고 거칠고 긴박하더라도 역시 한편에 풍성하고 시원한 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그런 것이다. 우리의 생명의 깊이에는 부처님의 풍성하고 따뜻한 자비 위신력이 충만하여 우리를 키우고 발전의 근원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 점을 생각한다면 어떠한 고난에서도 결코 실망할 수 없는 불자의 다행스러움에 새삼 두 손이 모아지는 것이다
불교의 사회활동이 철저히 억압되고 종교적으로 숨 쉴 틈조차 없었던 불교의 암혹시대인 이조가 막을 내리고 나라를 빼앗기고 새로운 국가의식, 종교의식에 눈 뜬 것은 1천9백10년대의 일이다. 저 때 불교의 젊은 기둥들은 어떻게 살아 왔던가,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주리라 생각된다. 다행히 그 시대의 산 증인 설성노사가 저때의 강원시절을 증언해 주었다. 앞으로 7,8회를 계속 집필해 주시기로 되었는데 독자와 함께 기대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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