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는 성장의 과정]
이제 겨울이 깊어 갑니다. 그 맑고 푸르던 날은 다 지나가고, 어둡고 추운 겨울이 깊어 갑니다. 나뭇잎은 다 지고 눈발은 땅 위에 흩날립니다. 이토록 쓸쓸한 겨울, 자연의 생노병사는 도대체 왜 오는 것일까요? 그냥 늘 봄이요 늘 여름만 있으면 안되는 것인가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얼마 전, 채 50 도 안 된 나이에 사랑하는 아이들을 남겨 두고 가 버렸습니다. 이 분은 병든 마음을 고쳐 주시는 정신과 의사이셨지만 허망하게 가 버리셨습니다.
왜 사람은 저렇게 늙고 병들고 죽어 가는 것일까요? 왜 피부는 탄력을 잃고 근력은 떨어져 가고 눈은 안 보이게 되는 것일까요? 죽지 않고 천 년 만 년, 영생을 살면 정녕 안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영생할 수 없으며 때가 되면 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의 진리입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진실 생명'이 '성숙되고 성장되는 까닭'입니다.
저 태양이 수없이 뜨고 지는 것은 그냥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하루 동안 비추이는 광명으로 온 생명이 다 싹틀 수 있다면 태양은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 중에는 한 나절만 태양 빛을 받아도 생명이 움트는 것이 있다면, 수 개월을 빛을 쬐어야만이 움트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태양은 수없는 날을 뜨고 지는 것입니다.
일 년 내내 낮이 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지만, 저 오로라 비치는 극지방을 보십시오! 그렇게 해서 생명은 자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은 밤과 낮을 반복해서 오는 것입니다.
겨울이 오지 않고 낙엽이 떨어지지 않으면 새 생명은 자라지 못합니다. 새 봄에 새 잎이 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안 가겠다고 버티면 버틸수록 다음 생명이 자라지 못합니다. 내가 죽지 않으면 내 자식이 자라지 못하는 법이요, 내가 물러 나지 않으면 내 다음 세대가 유구한 이 역사를 이끌어 갈 기회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죽지 않겠다고 바둥거리는 것 자체가 나의 삶 우리 아이들 삶을 죽이는 일이요(실지로 부모가 오래 살수록 부모 봉양하다 자식이 먼저 가는 일일 비일비재합니다!) 내가 나가지 않겠다고 미련을 가질수록 다른 분의 데뷔 무대는 그만큼 늦어 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무대가 끝나면 나는 아무 미련없이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가, 우리 다음 세대가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창일 때, 욕심을 버리고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은퇴하시는 대가들의 모습은 그토록 감동을 주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 반면, 명예롭게 퇴장할 시기를 놓치고 끝까지 집착하는 분들의 모습이 추태스러운 것도 또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욕심이 많아 정말로 끝장 나기 전까지는 끝없이 부정하고 집착합니다.
그 결과 나도 힘들고 남도 힘들어 집니다. 아무리 그래 봐야 결국은 가고야 말 것을, 안 가겠다, 더 있겠다, 는 집착으로 모두를 힘들게 하고는 끝내는 허무하게 가고야 마는 것입니다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다 결국은 남도 망하게 하고 자신도 비참하게 끝나는 비극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생로병사는 바로 자연의 섭리요 성장의 한 과정입니다. 하나도 두려워 하고 싫어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것만큼 우리 아이들이 오고 이 중생계가 성장하는 것이니 조금도 연연해 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주어진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아 갑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무대가 끝나 가야할 때가 오면, 조금도 아쉬워 말고 너와 나를 축복하며 우리의 길을 미련없이 떠나 봅시다!
이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