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남을 돕지 마라]
함부로 남을 도우려 하면 안됩니다. 남을 돕는 것은 그 자체가 큰 복을 짓는 행위라 그런 영광은 함부로 오지 않습니다. 좋은 인연을 심어 놓고 남을 도울 복을 지어 놓아야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남을 돕겠다고 나서면 안됩니다.
어떤 종교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양자를 맞이 하는 선행을 해서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뜻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 분의 부인은 이제 5살 짜리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남편의 월급이 별로 많지 않아 아이 하나 기르기도 벅차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강력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 남편은 기어코 자신의 뜻을 관철 시켜 6 개월 짜리 아가를 양자로 맞이 합니다.
몇 달이 흐른 뒤, 신문에는 양자를 기르던 어떤 부인이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싱갱이를 하다 아기의 목을 졸라 죽인 사건이 보도 됩니다. 바로 이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좋은 일 하려다가 멀쩡한 내 아내를 살인자로 만든 것입니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준비없이 남을 도와 드리려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자칫하면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물에 빠진 분을 구해 드리겠다, 는 생각이 있으신 분은 평소에 수영뿐 아니라 구조 연습(수영 잘하는 것과 구조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을 열심히 해 두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남에게 물질적인 보시를 하겠다는 뜻을 가지신 분이라면 곳간에 온갖 보배를 가득 채워 놓으셔야 합니다. 뭐가 있어야 나눠 드릴 게 아니겠습니까? 가진 것 없이 나눠 드리려고만 든다면 내 보람은 찾을 줄 모르나 처자식 굶기기 딱, 알맞지요!
남을 도운다, 또는 도우겠다는 생각은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하지만 원만한 도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나도 살고 남도 사는 그런 원만한 회향이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그냥 감상적으로만 덤비다가는 남도 죽고 나도 죽게 될 뿐입니다.
부처님 법에서의 준비는 바로 '원(願)'입니다. 부처님 전에 원을 세우는 것이 가장 원만한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숱한 보살행이 마침내 꽃피게 되는 것도 모두 '원'에 의해서입니다.
우리 모두 원을 세웁시다. 저 중생이 가여우면 가여울수록, 내가 아직 도울 능력이 없으면 없을수록 더욱더 원을 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원을 세우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의 소망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 와, 언젠가는 우리도 저 불보살님들처럼 다함없는 중생 공양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