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편식
상태바
우리들의 편식
  • 관리자
  • 승인 2008.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혜의 샘

 오래지 않은 어떤 기회에 <반야경>과 <금강경>의 주해서(註解書)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한번 읽어서는 그 뜻을 알까 말까 했으나 다시 한번 되 읽기 시작해서 그 경이 지닌 유현한 사상에 그만 압도 되고 말았다.
나로서는 아직도 그 깊은 사상의 극히 말초적인 부분에 겨우 가까이 갔을까말까 한 정도이긴 하지만 어설픈대로 <반야 ` 금강경>의  그 너무도 놀라운 통찰력에 자신의 옷깃을 스스로 여미지 않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흔히 우리들 대부분은 학교공부를 해오는 동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접해온 주된 정신의 양식이라는  것이 곰곰히 따져보면 서양의 역사와 더불어 변천해온 서구사상(西歐思想)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리는 주로 파스칼의 <팡세>를 비롯하여 서양철인(哲人)들의 명상록,인생론을 읽으면서 삶의 눈을 뜨기 시작한다. 대입 시험의 험난한 고지를 돌파하고 나면  소크라테스를 알고 니이체를 만나고,사르뜨르를 읽는다.개인에 따라서는 기독교 사상과의 만남도 있다. 그리하여 성년(成年)이 된 다음 사물을 이해하고 인생을 보는 경륜이 높아지면서 무언가 깨닫게 될 무렵해서는 젊었을 때 읽거나 줏어들었던 서양의 명언(名言)을 문득 머리 속에 떠올리며 스스로 아는 것처럼 우쭐해지는 것이다.사실은 우리들이 태어나서  자란 우리의 정신의 줄기 속에 서구사상을 능가하는 동양(東洋)의 지혜가  있어 왔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은 채. 마치 자기  집 곳간에  좋은 영양식이 저장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남의 집 음식만을 정신없이 탐닉하는 편식의 사내아이들을 상상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서양의 철학이나 사상이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도 알고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오랜 정신의 유산으로 이어져 오는 동양의 사상을 반드시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불교사상이 지닌 구극(究極)의 철리(哲理)야말로 서양의 그 어느 것에 비견할 수 없는 높고 깊은 경지임을 많은 대중들이 깨달아야 하겠다. 다만 한가지 불교사상이 높고 깊은만큼 난해한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불교사상에 관한 알기 쉬운 책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 일반 대중들의 소원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경을 읽는 경우가 많듯이 반드시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불교사상의 중심을 담은 [경(經)] 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 더 많은 불교 서적들이 출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양 음식만을 마구잡이로 먹어대는 정신의 편식(偏食)을 하루바삐 지양하고 우리 것, 우리의 음식을 장만해 먹을 줄 아는 올바른 지혜의 섭렵이 한시라도 빨리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더 많은 경전들이 보다 더 알기 쉽게 편찬보급되는 일이 선행되어야할 줄로 안다. 지니고 있는 보배라도 닦고 문질러야 빛이 나는 법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