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불과 어머니
상태바
먹불과 어머니
  • 관리자
  • 승인 2008.0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혜의 샘

 몇 년 전에 열반하신 내 어머님은 생전에 부처님을 숭상하고 염불에 뜻을 깊이 두어 밥을 지을 때도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불교적 생활을 하시기에 성의를 다하신 분이며 법호를 계척(鷄尺)이라 하다가 어느때 계명당(鷄明堂)이라 하던 분인데 내가 대학 시절중 방학때 시골 집에 갔더니 작은 오동나무 상자 하나를 안방 벽에 얌전히 모셔 놓은 걸 보고  웬거냐고 여쭈어 보니 새로 부처님을 봉안 했으니 절을 하라 하심에 나도 벌떡 일어나 삼배하고 향을 사루었다.
그런 후 부처님 모신 내력을 물으니 가로되 이웃집에 마실을 갔더니 아이들이 노는데 인형이며 등등 잡스런 장난감이 많이 있는데 무심히 보니 분명 불상인데  아이들이 먹을 칠해 까만 먹불을 만들어 가지고 놀고 있는지라 웬 부처가 있느냐고 했더니 그 아이가 가질려면 가지라 해서 그 아이 어머니한테 물어본즉 그 어머니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번쩍 집어 주더라고 ㅡ.

 그래 집에 가져와서 수십번을 목욕을 시켜서 닦고 보니 이건 사유반가상과 비슷하여 스님에게 여쭈어 보니 분명하더라고……그래서 부처님을 모시게 되었노라고 설명하신다. 그래 내가 가만히 이 먹불을 보고 어머니 계척보살께 말씀 하길 쌀 한가마 쯤 보내주자 하여 즉각 보내준 일이 있는데 지금도 내가 이 사유반가상을 보면서  늘 생각하길 이 부처는 「먹불(墨佛)」이다 하면 집안 사람이 왜 그렇게 부르느냐 한다.
원래 그랬으니 그랬다 하다가 지난번 꿈에 어머님이 사월초파일에 한번 욕불을 하라 하심에 집에서 할까 하다가 절에 가서 함이 옳다 하였다가 아예 친구가 있는 절에 봉안하게 되었다.

 한데 지금도 그 절에 가면 웬지 그 부처가 내 눈엔 먹불로 보이는지 그 환상을 씻을길 없고 어머님 평생의 절에 대한 인상이 깊어지는 것은 무얼까.

(시인)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