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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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던 날
  • 관리자
  • 승인 200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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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열반이란 무엇인가

편집자

열반은 불법의 마지막 목표이며 인간의 참면목이다. 부처님은 열반을 증득하셨으며 열반을 열어 보이시면서 八상성도를 나투시고 8만 4천 법문을 열어주셨다. 오늘 열반재를 맞으면서 오늘에 살아있는 열반의 뜻을 열어본다.

     1 사라쌍수 아래에 이르시다

 사라나무 숲은 구시라성 밖 강가에 있었다. 물이 좌우 전면을 감아 흘렀다. 세존은 멀리서 이것을 내다보시며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저 숲 밑에 나무가 두 개 서 있는 것이 보이느냐? 저곳으로 가자. 내 자리를 그곳에 펴도록 하라. 나는 거기서 오늘밤 열반에 들리라.』 이 말씀을 듣고 여러 제자들은 또한 슬퍼 하였다. 그 숲까지의 거리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를 세존은 여러차례 쉬시면서 사라나무 사이에 이르셨다. 아난은 눈물을 씻으면서 나무 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자리를 펴 부처님을 모셨다. 세존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두 나무 밑에 앉으시고 다시 머리를 북쪽으로 하시고 서쪽을 향하여 바른 쪽으로 누우셨다.

 그때에 하늘에서 음악이 울리고 하늘의 노래가 들려왔다. 사라나무에서는 때가 아닌데도 꽃이 피어 그 빛은 학과 같이 희였다. 꽃잎이 훨훨 부슬비라도 내리듯이 부처님 위에 흩어졌다.

     2 열반에 드시다

 어느듯 밤이 찾아들고 자취없이 일각일각 밤은 깊어갔다. 자정애 가까와질 시각이다. 달은 밝고 별은 맑았다. 바람은 자고 물도 숨을 죽여 고요히 흘렸다. 숲속은 무거운 고요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슬픔에 벅차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최후의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열반에 드는 것을 보고 정법(正法)이 여기서 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 나는 미리 너희들에게 계(戒)를 제정하였고 법을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간 이후는 마땅히 이 계와 법을 존경하고 지키기를 어두운 밤에 등불을 만나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같이 하도록 하라. 이것은 그대들의 큰 스승이니라. 설사 내가 이 세상에 머물더라도 그것 밖에 다른 것이 없으리라. 너희들은 고요히 하여라. 때는 이미 왔다. 나는 이제 열반에 든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고요히 선정(禪定)에 드셨다. 성체(聖體)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난은 아나율에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셨습니까? 어떤 상태에 계십니까?』『조용히 하시요. 세존께서는 모든 선정을 차례로 지나 천상에서 내려오신 어머니 마야부인에게 하직을 고하고 열반에 드시려하고 계시요.』

 대중은 죽은듯 숨소리도 없었다. 잠시 후 아나율은 아난에게 『지금 세존께서는 열반에드셨오.』하였다.

 아난은 대중에게 이 사실을 전하였다. 때를 같이 하여 대지는 진동하고 하늘에서 북이 울리고 꽃이 비처럼 술술 내렸다. 비구들은 울음이 터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목메여 울기도 하고 땅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자도 있었다.

 『세상의 눈은 어쩌면 이렇게도 빨리 없어지는가? 오늘부터 이 중생을 누가 인도하며 중생은 누구를 의지하여야 한단 말인가? 삼악도(三惡途)의 길은 우리 앞에 항상 열려 있는데 해탈의 문은 다시 닫힌단 말인가?』 여기저기서 탄식하며 이렇게 부르짖는 자도 많았다. 아나율은 대중을 제지하며 울음을 그치고 정신을 차려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도록 달랬다.

     3 최후의 예배를 드리다

 사람들은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나가고 간장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성체라도 다시 한 번 뵙고자 아난에게 청하였다.

 『아난존자시여, 우리에게 한 번 만이라도 다시 한 번 성체를 뵙옵게 하여 주십시요.』하면서 간청하였다. 그 가운데는 부처님을 한 번도 뵙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었으므로 아난도 생각하기를 <이제까지 여자로서 부처님을 뵈온이는 퍽 드물었다. 비구나 왕이나 대신. 거사 바라문 등은 왕래가 빈번하였고 비구대중이 항상 모시고 있었으므로 여자들에게는 부처님 뵈올 기회가 좀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그들에게 부처님 성체를 보게 하리라>하고 많이 모여있는 비구니와 청신녀들로 하여금 부처님 앞에 나아가 절하기를 허락하였다. 여자들은 너무도 감격하여 가지가지의 꽃을 올리고 절을 하였다. 그 사이에 백 살이 된 한 노파는 몹시 가난하여 아무 것도 올릴 것이 없는것을 탄식하며 『바라옵건대 나는 미래세에 어느 곳에 태어나 살든지 항상 부처님을 가까이 하여 예배를 드리면서 살게 하여 주십시요.』라고 말하면서 절하고 부처님 발에 엎드려 울었다.

 이윽고 여자들이 물러난 뒤에 남자들이 부처님께 절을 하였다. 모두 꽃공양을 올리고 절을 하며 슬퍼하였다. 아나율과 모든 비구들은 다같이 성체를 주위에서 지키고 거룩한 가르침을 얘기하면서 밤을 새웠다.

     4 금관에 불을 붙이다

 날이 밝자 아난은 성중에 들어가 부처님이 열반하신 사실을 전하였다.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슬퍼하며 달려왔다. 보배수레를 만들어 그 위에 성체를 모시고 향을 피웠다. 꽃을 올리고 음악을 연주하며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7일 동안을 그곳 사람들의 원을 쫓아 공양을 올리게 하였다. 7일이 지나 성체를 깨끗한 새솜으로 싸고 금관에 옮겨 모신 후에 향수를 뿌리고 아름다운 꽃을 올렸다. 그리고서 금관이 들어 있는 보여를 메고 성내를 경유하여 다비(茶毗) 장소인 성 밖으로 나갔다.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건너 보관사(寶冠寺)에 도착하여 보여를 전당 앞 뜰 가운데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뜰 가운데에 향나무를 장작더미처럼 쌓아올리고 금관을 그 위에 모셔놓고 향유(香油)를 부었다. 그때에 인천(人天) 모든 대중이 목이 메이도록 울었따. 「말라」의 대신 「노이」가 횃불을 들고 향나무에 불을 붙였으나 도무지 불이 붙지 않았다. 세 번이나 붙였으나 역시 붙지 않았다. 이상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아나율은 말하였다. 『마하가섭존자를 기다리느라고 이런가 봅니다. 가섭존자는 지금오시는 도중이요.』

     5 관 밖에 두 발을 내어 보이시다

 한편 마하가섭존자는 「탁차나기리국」에서 포교하다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것을 알았다. 곧 5백명의 제자들과 같이 구시나가라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였다. 때는 마침 더위가 심하여 길옆 나무 밑에 쉬며 다 함께 가섭존자를 둘러싸고 성도(聖道)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때 마침 「아이유」라는 자가 손에 지팡이를 짚고 머리에는 아름다운 꽃을 꽂고 그 앞을 지나갔다. 가섭존자는 그를 보고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는 길이요?』

 『구시나가라에서 옵니다.』

 『당신은 우리 스승님을 알고 있고?』

 『고오타마부처님이 아닙니까?』

 『그렇소.』

 『고오타마부처님은 구시나가라성 밖에 있는 사라나무숲 사이에서 7일 전에 멸도(滅道)에 드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보관사에서 다비를 하려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다투어 공양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꽃도 거기서 얻어가지고 오는 길입니다.』

 여러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슬퍼하여 땅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가섭존자는 말하였다.

 『다들 슬퍼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마시요. 모든 행(行)은 다 무상한 것이 아니요. 부처님까지도 멸도에 드셨는데 누구라고 이것을 면하겠소. 육도(六道) 가운데는 편안한 것이라고는 없는 것이요. 오직 열반만이 세상을 뛰어난 최상의 즐거움의 것이니 그대들은 힘써 고통을 여의도록 정진하는 것만 같지 못하오. 우리도 어서 보관사로 가서 부처님 다비에 참례하지 아니하면 안되오. 어서 갑시다.』

 여러 비구들은 가섭존자의 말을 따라 혹은 울며 혹은 탄식하면서 바쁜 걸음으로 정신없이 달려서 보관사에 당도하였다. 가섭존자는 향나무 장작가리 위에 모신 금관 성체에 절하고 통곡하였다. 그리고 관을 세바퀴 돌고 엎드려 슬피울며 『세존의 입멸이 어쩌면 이같이도 빠르십니까?』하고 탄식하였다. 그랬더니 관 밖으로 부처님의 두 발이 쑥 나와 보였다. 가섭은 곧 울음을 멈추고 게송을 높이 불렀다.

 부처님의 거룩하고 높으신 위덕
 이루 무엇으로 헤아릴 수 없나니
 묘하고 높으사 온세상을 뛰어났네.
 내 이제 엎드려 경배합니다.
 부처님은 세상에서 지극히 높아
 무엇을 거기에 비하오리까?
 영원히 맑으신 인천(人天)의 지존(至尊)에게
 내 이제 엎드려 경배합니다.
 삿된 길을 돌이켜 바른 길로 돌게 하신
 위 없는 성자로서 고요한 땅에 드시니
 내 이제 법신(法身)에게 귀명(歸命)합니다.

 가섭존자가 이 게송을 외우고 나니 보관에서는 저절로 불이 일어나 삽시간에 향나무와 금관이 활활 타오르고 무수한 사리가 분분히 쏟아져 나왔다.

 잠시 후 소리없이 비가 내려 땅을 적시니 모여든 대중들은 새삼 슬픔이 울컥 치밀어오른듯 일제히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대지가 소리없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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