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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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다실
  • 관리자
  • 승인 200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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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무덥던 여름날을 회상케 하는 선들바람이 들끝 하늘 끝에서 불어온다. 초조와 불안 속 기나긴 봄철의 갈증을 이기고 맞이했던 여름다운 여름이었다. 지루한 장마, 하늘이 밑빠졌는가 의심케 하던 폭우,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건재하다는 듯 부어댔던 폭염, 또 폭염........ 태풍 칼맨양은 신바람나게 호남에 상륙하여 심통스럽게도 홍수의 옷자락을 거칠게 끌고 지나갔다. 그 뒤에 다시 엄습한 염제(炎帝)의 불호령..... 그렇지만 계절은 어쩔 수 없었다. 처서를 지나고 백로를 지나니 계절은 이렇게도 시원스럽고 향기롭게 여물어 간다.

  그 혹독한 가뭄과 폭우와 폭염 속에서 옥수수는 여물었고 콩꼬투리는 단물을 굳혀갔으며 수수는 깊숙히 머리를 드리웠고 들판에는 금싸락으로 가득 메웠다. 출렁이는 가을 바람을 타고 오곡의 물결은 한층 향기롭다. 더위를 이긴 이 환희, 홍수에서 퍼진 이 승리의 노래..... 여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간이 성장과 결실의 길을 멈추었던 시간이었던가. 가뭄 속에서 컸고 폭풍우 속에서 굳어졌으며 폭염 속에서 성숙하였다. 이 환희의 가을을, 이 승리의 자연을 대하면서 우리는 어느덧 머리가 숙여지는 것을 금할 길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정신적 성숙이 우리 인간의 생명적 성숙이 과연 어떠하였던가? 고난과 장애 앞에 좌절하지 않았던가? 인간적 성장에 정체는 없었던가? 그래서 오늘의 환희와 결실을 수확할 수 있었던가.

   * 정부수립 30주년이 되는 올해의 도하신문의 특집기사를 읽어보노라면 대개가 [복지정책]을 거론하고 있다.

  왜 올해들어 이같이도 복지타령이 요란할까.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가 좀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벌기도 하겠거니와 잘살고 고루 살아보자는 것이다. 경제나무에 과실이 이만큼 풍성하게 달려 있는데 그 수확을 장대 가진 사람만 따먹지 말고 고루 먹자고 복지타령이고, 경제수확이 풍성한 것은 여러 사람이 땀 흘리고 힘을 합한 성과이니 과실분배에도 고루 참여하는 것이 사회정의라고 해서 복지타령이고, 하루 8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을 노동해도 생계비에 미달하는 저임금의 늪에 빠진 사람을 [3만원선 언덕]으로 건져내자고 복지타령이고 병든 자 노약자 불구자 산업재해자 등 생산경기 생산경기에서 탈락한 자에 대하여 인도적 보장이 있어야 한데서 복지타령이다. 복지타령도 사뭇 형이상학적인 것도 있다.

  생산과 조직 속에 종속적인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개성이 빛을 잃는 인간소외 상황이래서 복지타령이고, 대중과 획일주의와 물량체제하에서 인간의 자유와 창조가 질식한데서 또 복지타령이다.

  봉급은 30% 올랐는데 물가는 50% 뛰어서 실질임금이 저하했으니 복지타령이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어 그 위세가 하늘을 덮고 부자의 사업을 함께 떠받치고 있는 근로자들은 지상의 인간 이상을 못벗어나니 이래서 사회계층이 심화하고 겨레의 동질성에 금이 간데서 복지타령이다. 좀 살기는 좋아졌지만 떵떵대고 살아가는 부류에 비한다면 거지도 못된다는 상대적 빈곤의식이 또 복지타령을 외어댄다.

  타령의 후렴은 대개가 같은 곡조다. 잘먹고 편하게 살고 고루 참여하자는 것. 결국 육체적 인간의 충족과 물질적 환경의 균형과 안전보장의 요구다.

  나는 이런 논조들을 읽으면서 [필경 무엇하자는 것이냐?]는 생각이 가슴에 꽉 차오는 것을 금할 길이 없는 것이다. 물량적 생존조건의 조성은 물론 가치있다. 그러한 환경의 보장이 인간 생명을 키워주기는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를 물질의 연장이나 동물적 속성으로 만족하고 있다면 무엇을 위한 복지란 말인가. 인간이 스스로 진정한 자기 본 면목을 깨닫고 스스로의 신성과 권위의 근거를 파악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물질과 동물성에 시종하려는 복지타령에 광실자도 한번 타령조를 먹여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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