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부처님은 횃불로 오셨다ㅡ
1 황야에 횃불 오다
넓은 벌판이 있었다. 거기는 어둠이 깔린 영원한 황야였다. 조그마한 빛도 비쳐 오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 많은 중생들이 우글우글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둠 속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볼 수 없어서 제각기는 자기 혼자만인 줄 알고 외롭고 쓸쓸하게 살며 우글대고 있었다. 그 모양이란 참으로 형용할 수 없었다.
거기에 어느 날 갑자기 밝은 빛이 비쳐 왔다. 뜻밖에 성인이 나타나시어 손에 큰 횃불을 들고 찾아주신 것이다. 캄캄하였던 벌판이 일시에 밝아졌다. 그리고 넓은 벌판이 환희 드러났다. 그때까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던 중생들은 일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서 자기 주변에 자신과 같은 중생들이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서로를 달려가 손을 잡고 부등켜 안고 기쁜 이야기를 끝없이 하고 있었다.
여기에 어두운 벌판이라 하는 것은 인생을 말한 것이고 어둠이라 하는 것은 바른지혜의 빛이 없을 때에는 서로가 만나서도 알지 못한다. 화합할 줄을 모른다. 오직 외롭게 혼자 나서 혼자 죽는 것만을 안다. 우물쭈물 살아가는 그 사이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 한다. 오직 어둠 속을 헤매다가 불안 속에 죽는 것만을 안다. 그 쓸쓸함 그 괴로움은 당연하다.
여기에 성인이 횃불을 들고 나섰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지혜의 불을 높이 드시고 인생을 향하여 걸어 오신 것을 뜻한다. 그 빛을 받고서 거기에 벌판의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알게 된다. 동시에 다른 사람도 발견한다. 그래서 서로들 놀라고 기뻐서 서로 부등켜 안고 화합의 사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설사 몇 천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더라도 서로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아니다. 외로운 섬이다. 사회라 함은 사람들의 참된 지혜가 빛나서 서로를 알고 깊이 믿어서 화합하는 단체를 의미한다. 화합이란, 각각 다른 개인들이 제각기의 개성을 가지면서 서로 만나 결합하는 단체의 생명이다. 이것을 승가라 할것이다.
2 진리로 뭉친 단체
이 세간에는 세 가지 종류의 단체가 있다. 그 첫째는 권력과 재력을 갖춘 어떤 주장이 있어서 그를 중심으로 모인 단체이고, 둘째로는 다만 서로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모인 단체로서 거기는 서로의 이기적 욕구가 중심이 되어 있는 것이며, 셋째로는 진리를 중심으로 하여 각자의 입장을 지키면서 화합을 생명으로 한 단체이다.
이 세 가지 단체 중에 참된 단체는 말할 것도 없이 세 번째의 단체이다. 이 단체는 한 마음을 서로의 마음으로 삼아 생활하고 그 사이에서 온갖 공덕이 성장하게 되므로 거기에는 평화가 있고 기쁨이 있고 만족과 행복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높은 산에 비가 내리면 그 물이 흘러서 개울물이 되고 시냇물이 되고 점점 큰 냇물이 되어 마침내 바다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들도 서로의 환경이 다르더라도 같은 진리의 가르침에 들어서 서로 같은 방향으로 흘러 모두가 같은 맛(味)인 깨달음의 바다로 흘러 들어 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마치 물과 젖이 서로 화합하듯이 아름다운 단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른 가르침은, 참으로 이 지상에 아름다운 참된 단체를 만들어내는 근본이 된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빛이며 또한 땅을 고르는 기구처럼 서로의 마음을 평탄하게 하여 화합시키는 힘이기도 하다.
이러한 참된 단체는 진리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하므로 이것을 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 마음을 가르침에 의하여 길러야 하므로 교단은 이치로서는 지상의 온갖 사람들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나 사실로는 믿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승가라 할 수 있다.
3 화합에서 힘이 난다
이 참된 단체인 승가에는, 법을 베풀어주는 자와 글을 받아 배우고 의식을 베푸는 자가 서로 어울려서 교단을 유지하며 확장하고 나아가 법의 가르침을 널리, 그리고 오래 전해지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교단의 사람들은 화합을 근본으로 하고 그 교단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서로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아니 하면 법을 받아 법을 믿고 배우는 의미가 완전히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 화목하여 다투지 아니하고 믿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고 기쁘게 어울리며 표리가 없이 자비로써 사귀고 사심을 버려서 셋이 모이면 높은 지혜가 나오도록 서로 힘 써야 한다.
4 번영하는 七법
여기에 교단이 화합하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서로 표리 없이 자비한 말로 이야기 하고,
둘째는 표리 없이 자비를 행하며,
셋째는 표리 없이 자비한 뜻을 지키며,
넷째는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지며,
다섯째는 맑은 계행에 머물고,
여섯째는 서로 같은 견해를 가져야 한다. 그중 바른 견해가 중심이 되어서 앞의 다섯 가지를 포함 하여야 한다.
다음에 교단을 변영시키는 일곱 가지의 방법(方法)이 있다.
1. 자주 자주 서로 모여서 법을 이야기 하고,
2. 상하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며,
3. 법을 존중하고 계행을 받들며 그것을 함부로 고치지 아니 하며,
4. 노소가 서로 사귐에 예절로 하고,
5. 마음을 지켜서 정직과 공경을 근본으로 삼으며,
6. 한적한 곳에서 맑은 행을 닦고 겸양을 앞세워서 도를 따르고,
7. 선한 사람들을 널리 사랑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후히 대접하고 병난 사람을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
다시 또 칠법(七法)이 있다.
1. 청정을 지켜서 일 많기를 원치 않으며,
2. 무욕(無慾)을 지켜서 탐심내지 않으며,
3. 인욕을 지켜서 다투지 아니 하며,
4. 고요하고 잠잠함을 지켜서 흐트러지 않으며,
5. 정법을 지켜서 교만하지 않으며,
6. 일심을 지켜서 다른 교에 빠지지 않으며,
7. 검소를 지켜서 의식을 간편히 하여야 한다.
이 일곱 가지를 지키면 또한 교단이 쇠퇴하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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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번창의 기초는 부부의 화합이다
잘못을 따지기 전에 감싸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