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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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물
  • 관리자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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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한 그릇의 물이 있습니다. 이 그릇이 깨어지면 물은 쏟아지게 마련입니다. 이 그릇의 물은 딴 그릇에 옮겨 담을 수 없고 이 그릇에만 있어야 할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이 그릇은 겉보기에는 튼튼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기저기 고장이 생기고 금이 가서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으면서도 이 그릇 주인은 생활관성에 젖어서인지 또 게을러서인지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이 귀중한 그릇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보물을 앞으로는 잘 손질하고 보존하겠다고 각오는 대단합니다만 글쎄요! 그게 제대로 될는지요?
   그 그릇의 주인은 바로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자신입니다. 그리고 그 그릇은 필자 자신의 몸이고 물은 정신 또는 마음, 영혼입니다.
  「일체는 유심조라(一切唯心造)」
   저는 부모님께서 빚은 이 그릇에 부처님께서「마음의 물」을 부어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의 고향의 진산인 천둥산 금탑사란 절에 치성을 드린 후 태어났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그릇들과 물들이 있습니다. 투박한 질그릇에 장구벌레가 득실거리고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물이 있는가 하면 같은 질그릇인데도 거울같이 맑아 명경지수(明鏡止水)라 불리는 물이 있습니다. 또한 술같이 취하는 물이 있는가 하면 약수 같이 몸에 이로운 물도 있습니다.
   똑같은 그릇도 반짝반짝 윤기 나게 정성들여 관리하는 그릇이 있는가 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저분하고 더럽게 다루는 그릇도 있습니다.
   이 그릇과 물의 여분이 또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행인지 불행인지 하나 뿐이 없다는 사실이「인간은 평등하다」는 뜻이 아닐는지요.
   우리들 모두가「부처님 앞에 치성드리기 위해 바쳐진 한 그릇의 물」이라고 생각할 때, 그 그릇의 손질과 물의 상태가 어떠해야 된다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을 겁니다.
   나는 한 그릇의 물일뿐입니다. 어떤 그릇, 어떤 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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