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불식 은 말 그대로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 스님들의 공양은 탁발로 해결했고, 정오 이전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지금도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남방 불교권 스님들은 오후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종식(一種食)은 수행의 의미도 있지만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겸허의 뜻도 있다.
하지만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조금씩 변해 갔다. 따뜻한 남방과 달리 추운 북방에서는 한 끼만으로는 건강을 지키기 힘들었기 때문에 먹는 회수보다 먹는 방식과 법도에 대한 규율이 더욱 엄해졌다. 그렇게 해서 아침에는 죽을 먹게 되고 점심〔재식(齋食)〕과 저녁 등 하루 세 끼 원칙이 만들어졌다. 특히 저녁은 약석(藥石)이라고도 한다. 오후불식으로 인해 밤이면 춥고 배가 고파 따뜻하게 데운 돌을 배 위에 올려놓아, 추위를 막고 허기를 달래었는데 한기(寒氣)와 기갈(饑渴)을 치유하는 돌이라는 뜻으로 약석이라고 불렀다. 이에 북방 불교권에서는 저녁을 약석이라고 하였고, 아주 소량(少量)을 먹는 것이 상례이다.
과거에는 배고픔의 설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배부름의 고통이 있다. 맛깔스런 음식이 넘쳐날 뿐 아니라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해 재가자들이 오후불식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후불식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을 깨닫는다면 왜 부처님이 오후불식을 원칙으로 정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오후불식을 하면 기의 소통이 원할해져 숙면을 취하게 하고 정신까지 맑아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잠도 줄게 되어 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 또한 비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밤늦도록 술과 음식을 즐겼던 생활에서 벗어나 재물을 절약할 뿐 아니라, 하루하루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 오후불식 또는 약석 같은 소식(小食)을 하며 위장뿐 아니라 마음마저 비워나간다면 더없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