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齋)와 제(祭)는 발음도 비슷하고 의식형태도 비슷해서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는 부처님전에서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삼가며 맑게 하기 위한 의식이고, 제는 죽은 이를 위해 혼백이나 신령에게 음식을 바쳐서 정성을 들이는 의식이다. 따라서 재는 불교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식이다.
사람이 마음을 가지런히 하거나 맑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에 부담이 될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해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아픈 일을 하면 맑고 편한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재는 계(戒)와 통한다. 그래서 8계를 8재계라고도 한다. 재가 돌아가신 선대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과 동일한 성격을 갖게 되기는 『능엄경』과 『범망경』에서 유래된다.
불교 의식 중에 죽은 이의 넋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천도재(薦度齋)’가 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십구재(四十九齋)’도 천도재의 하나다. 그러나 이들 단어를 제사와 연관지어 천도제·사십구제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 명복을 비는 불공을 뜻할 때는 반드시 ‘재(齋)’라고 써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는 관심이 없고 돌아올 이익에만 마음을 둘 때 흔히,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다.”라는 속담을 쓴다. 무심코 젯밥이라고 쓰는 경우도 많은데, 잿밥은 불공할 때 부처님 앞에 놓는 밥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차려놓는 젯밥과 다르다. 굳이 젯밥으로 쓰고 싶다면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 있다.”라고 해야 한다.
재에는 7일재와 49재가 있다. 7일재는 돌아가신 날로부터 7일이 되는 날에 지내고, 49재는 7번째의 7재일에 지낸다. 그 밖에 우란분재(盂蘭盆齋), 예수재(豫修齋), 수륙재(水陸齋) 등의 재가 있다. 우란분재는 7월 보름(음력)에 지옥에 떨어진 조상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올리는 재이고, 예수재는 윤달에 지내는 재로서 죽기 전에 미리 공덕을 쌓는 재이며, 수륙재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산화한 호국 영령들의 고혼을 천도시키기 위한 재다.
『지장경』에 의하면, 능히 그 부모나 권속을 위하여 재를 베풀어 공양하되,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껏 하면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다 함께 큰 이익을 얻는다고 하였다. 실제로 갖가지 재를 지내준 공덕으로 큰 가피를 입은 영험담이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