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곰을 외쳐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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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곰을 외쳐보련다!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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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이번 겨울에는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연극을 통한 창의력 발견’이라는 주제로 연극 한 편을 공연한다. 루이기 피란델로의 ‘뜻대로 생각하세요’라는 작품을 가지고 두 달여를 연습한 끝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확고부동한 진실이라는 것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각자의 진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우직하고 단순한 동네사람들을 통해 해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 연극은 가능한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주된 관객층이 학생들이고 연극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희극(喜劇)적인 요소가 많아야 극이 부담스럽지 않고 연극을 만드는 작업 또한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희극의 기본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그 단순하고 우직함에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리고 주변사람들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고 사랑을 고백하고 자랑스럽게 행동한다면, 이는 희극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그러한 상황(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상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쓴다면 이는 비극이 되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현재 위치와 현실을 깨닫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행동한다면 인생은 희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점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루어낸다면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영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방학이 되면 우리는 빈 강의실 바닥에서 연극을 했다. 특히 겨울에는 찬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서 연습했는데, 누군가 찬 데 누워 뼈에 바람이 들면 나이 들어 풍에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뛰고 또 뛰었다.
그 시절 우리는 창 밖에다 대고서 “나는 곰이다!”라는 소리를 외쳤었다. 물론 발성과 무대 위에서의 쑥스러움을 없애기 위한 훈련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창문마다 쭉 매달려서 서로 곰이라고 외치고 있었으니….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서로 곰이라고 외치고서, 따스한 봄날이 되었을 때 멋진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릴 수가 있었다.
겨울이 되면, 곰을 외치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실제로 곰들도 겨울이면 겨울잠을 잔다. 봄이 되어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간일 게다. 사람들에게도 겨울이라는 시간은 봄이 되었을 때 원기왕성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곰과 다른 것은 잠만 자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멋진 희극을 가지고 대학로의 관객들과 만나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또 다시 곰을 외쳐보련다!

박주영 님은 연극 연출가로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지난 봄 한국공연예술제작소의 「時空人·間」을 연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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