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주는 이는 고통받는 이의 고통을 모른다]
요즘은 금연 금지 구역이란 것이 제정, 확대되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담배 때문에 괴로운 적이 저는 참 많습니다.
낯모르거나 업무 상, 또는 저보다 연장자이거나 윗 분일 경우,
당신의 습관대로 꺼내 무는 담배를 면전에서 제지하기란
쉬운 일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어 그 분들 앞에 있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이런 고통은 밀폐된 공간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예외가 아니어
앞서 가는 분이 담배를 피우며 가는 경우,
그 독한 연기는 고스란히 뒤에 가는 분의 몫이 됩니다.
독한 연기를 뒷 분에게 주면서도 앞서 가는 분은 뒷 분의 그 고통을 모릅니다.
그저 자연을 즐기며 당신은 담배가 맛있고 마음은 시원하신 것입니다.
고통을 주는 분들은 고통을 받는 분의 고통을 모릅니다.
고통을 주는 분들은 자기의 분노, 쾌락을 못 이겨 무심코 내 뱉은 말, 행동이지만,
그 고통의 화살은 고스란히 상대에 꽂혀 상대를 비틀거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앞서가는 분이 담배를 피는 것과 같아,
당신은 담배 연기를 마구 내뿜으면서도 다른 분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모릅니다.
어? 저 사람 왜 저렇게 비틀거리지?
이렇게 생각하며 나의 행동이 그 사람에게 미치는 여파를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러니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지 못하니 뉘우칠 일도, 상대의 고통을 어루만져 줄 일도 없습니다.
그저 지어가던 일을 계속 지어갈 뿐이고, 상대방은 그만큼 더 고통에 허덕입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는 '즉각적인 참회'를 가르칩니다.
알고 보면 나의 죄는 허공으로도 다 채울 수 없이 많으므로
지금 당장 참회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회의 본질이 '내 잘못을 알고 모르고' 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대신 상대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비록 내 잘못을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무조건 참회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얼 잘못한지 모를 때,
내 잘못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내가 잘한 것 같다 할지라도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면 무조건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단 상대의 상처부터 치료해 주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통 주는 이는 고통받는 이의 아픔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통받는 이의 아픔을 모르기에
함부로 남의 돈을 훔치고
함부로 거짓말을 하며,
함부로 남을 때리고 심지어 칼로 상대의 살을 도려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은 나의 관념이요 내 변명일 뿐,
진정으로 상대의 고통을 아는 분이라면 거짓말을 할래야 할 수도 없고
남을 칠래야 칠 수가 없습니다. 모두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모르고 짓는 잘못이 너무나 많습니다.
몇 생을 이어 온 악업이 습관화(惡習)되어 그렇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無明) 그렇기도 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고통의 화살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그대로 꽂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 잘못은 모르고
고통받는 이의 모습에 의아해하고 언제나 의기양양해 합니다.
내가 나의 잘못을 알든 모르든 상대가 괴로워하면 즉각 이루어지는 참회!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생활의 덕목으로,
가장 바람직스럽기야 나의 잘못을 낱낱이 알고 사과하고 참회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성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들의 어리석음, 우리들의 숙업이 너무나 깊습니다.
범부는 자기 잘못을 일일이 알기가 쉽지 않으니,
그만큼 무지하고 그만큼 뻔뻔한 것이 범부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상대가 힘들어하면 얼른 사과를 할 일입니다.
너 왜 그러니?
혹시 나 때문이니? 그렇다면 미안하다.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네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무언가 잘못한 거 같다.
그렇다면 미안하다, 용서해라. 다 내가 무지한 탓이다.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네게 참회하니 이제 노여움 풀고 용서해라...
나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이렇게 먼저 상대의 알지 못할 상처를 어루만져 드려야 합니다.
비록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잘하고 못함을 따지기 앞서 상대가 괴로워하면 얼른 이루어지는 참회!
-그것이 보현행원에서 말하는 '진정한 참회'라 할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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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