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사, 악심사, 무기심사]
죽을 때 마음가짐에 따라 죽음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는 말씀을 지난 번 드렸습니다. 선심사, 악심사, 무기심사가 그것으로, 오늘은 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죽을 때는 과거의 업풍이 일시에 몰려든다고 합니다.
비교적 무난한 삶을 지내신 분들도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업풍 앞에 정신을 차릴 수 없으며, 조그만 생의 잘못조차 비수처럼 가슴에 꽂히어 깊은 후회와 절망감에 몸부림친다고 합니다. 또한 생에의 집착이 불길처럼 솟아올라 지푸라기 하나라도 놓지 않으려 하고 한사코 살려고 몸부림친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불교에서는 임종을 앞둔 분들에게는 어두운 말, 어두운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울지도 못하게 하며(가족, 친지들이 슬피 울면 떠나는 분이 마음에 더 안타깝고 더 비감해지며 더한 애착과 집착이 생겨 쉽게 떠나지를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말, 절망적인 말(예:저 어린 것을 두고 떠나시면 우리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죽지 마십시오... 왜 그 때 내 말 안 듣고 그랬습니까...등등)은 금물입니다.
그 대신 밝은 말, 긍정적인 말,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말을 하라고 합니다.
그런 말들의 극치가 성인들이 설해 놓으신 법문들로, 따라서 임종하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눈물 대신 부처님 말씀, 예수님 말씀 등을 읽어 드리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셨습니다.
부처님의 아버지이신 정반왕은 열반이 가까워오자 심한 불안에 떱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신통으로 정반왕께 오셔서 이제는 세상을 떠나시는 아버지를 정성스레 위로하십니다.
그 때 부처님이 하신 말씀은
"근심하지 마시고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즐거워하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임금의 삶을 살아도 밝게만 살 수는 없는 법. 또한 지위가 높았던 만큼 잘못과 회한도 그만큼 더 깊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무서움에 떠는 부친 앞에, 부처님은 당신의 삶에 긍지를 가지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세상을 맞이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업풍을 맞아 후회와 회한에 몸부림치는 임종 중생에게, 부처님이 마지막으로 들려주시는 따뜻한 자비의 법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또한, 얼마 전 열반하셨던 숭산 큰스님께서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부촉하신 말씀,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이요 청산유수로다'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악업을 많이 지은 분들에게는 임종 시에, 해가 진 후 산과 봉우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뒤덮힌 상태와 같은 깜깜한 암흑 세계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마치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고, 지난 날 지은 악업들이 극악한 환상으로 나타나 극도의 공포와 괴로움에 빠지게 되어, 땀을 흘리고 수족을 떨며 대소변을 분출하고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한사코 잡으려 하고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는 거품을 내뿜으며 비참하고 참혹한 모습을 보이며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업 중생의 영혼은 검은 양같이 검고 음지나 암흑같이 흑색의 빛깔을 띤다고 합니다.
그 반면, 선업 중생들은 죽을 때 조용하며 고통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악업 중생에서와 같은 무서운 환상은 오지 않으며, 오히려 아름답고 환희에 찬 즐거운 환경이 꿈속처럼 나타나며 스스로 기쁘게 하는 현상이 전개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태연하고 근심 없이 즐거운 상태에서 별세하게 되며, 동시에 미래의 과보 역시 자신의 뜻에 맞는 바람직한 가의(可意)의 과보를 받게 되는데, 그 세계를 '환희의 세계'라 이름합니다.
선업 중생의 임종은 마치 어둠 속에서 광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 사망자의 표정도 밝아지고 그 밝은 표정에 한없이 아름다운 색상이 떠 올라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혼미한 생각은 나타나지 않고 맑고 깨끗한 생각만이 떠오르기 때문에 좋은 과보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나타나며, 정신적 마음의 여유가 생겨 환희로써 내생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혼 역시 흰옷(白衣)과 같은 백색 빛깔, 그리고 밝고 맑은 밤과 같이 청명한 빛깔을 띠게 된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인과응보를 믿지 않고 세상의 진실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계만 진실 된 세계인 줄 알고 끝없는 상처를 남에게 주고 받으며 꿈처럼 살다 갑니다.
내 돈 귀한 줄만 알지 남의 돈 귀한 줄은 모르고, 내 이익만 제일이지 나의 이익이 이웃이나 뒷날에 어떤 고통, 어떤 후환이 되는지 조금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돈이 되고 내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며 해괴한 논리로 현혹시키고 빼앗아 기어코 제 것으로 만들고 맙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는 안 중에 없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도 이번 생이 제일이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행여나 계신다면 인과의 무서움을 아실 일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 그만하겠습니다만, 죽음 뒤에 펼쳐지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결코 함부로 남에게 못할 일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죽음 때 나타나는 죽음의 종류는 겨우 그런 인과의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사 내게 불이익이 오고 오늘은 내가 비록 초라하게 살더라도,
나의 삶, 나의 행동이 모든 중생에게 진실한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며 살아갈 일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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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