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은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과 기도 사찰이다.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은 바위에 얹혀 있는 향일암을 보기 위해 한 해 100만 명이 찾는다. 돌산에 들어서면서부터 갓김치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향일암 입구까지 즐비하다. 여수 엑스포와 ‘여수 밤바다’를 찾는 인원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데 향일암만은 늘고 있다.
2022년 향일암 주지로 부임한 연규 스님은 ‘여수불교사암연합회’ 회장으로, ‘사회복지법인 보문복지회’ 이사장으로 향일암을 넘어 지역의 불교와 복지를 챙기고 있다.
여수의 복지 도량
향일암이 주도하고 지역 사찰들이 함께하는 보문복지회는 여수에만 하얀연꽃, 마니원, 소나무요양시설 등의 노인복지시설을 비롯해 사랑샘(정신재활시설), 여수시니어클럽(노인일자리지원기관) 등을 운영한다. 순천의 순천시니어클럽, 구례의 구례지역자활센터, 구례노인전문요양원도 운영한다. 곡성에서도 노인맞춤돌봄센터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운영하는 시설만 21개고, 종사하는 직원은 500명 가까이 된다. 각각의 기관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모두 합하면 가늠이 안 될 만큼 많다.
“석천사 진옥 스님께서 이사장을 맡으셨는데, 작년부터 제가 맡았죠. 개인의 원력이 아니라 향일암이 운영하는 거죠.”
연규 스님은 “하면 확실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벌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위탁 시설도 늘었다. 7월 26일 복날을 맞이해서는 여수지역 어르신들에게 400인분의 삼계탕을 제공했다. 여수지역 여러 기관장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개최했다. 유례없는 일이었다고.
“여수 지역이 불교 인구가 많지 않고, 큰 사찰이 없어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지 않았죠. 여수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복지기관의 종사자들의 ‘복지 향상’도 늘리고 있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야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라는 생각을 분명히 갖는다. 작년 연말에는 호텔에서 종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보문복지 가족 어울림의 날’ 행사도 개최했고, 올해부터는 종사자들을 추첨해 해외여행을 보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제가 그동안 카카오톡을 하지 않았는데 시설장 회의, 중간관리자 워크숍 등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업무 폰을 개통해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여수의 불교
외지 사람들은 향일암을 비롯해 흥국사, 한산사, 은적사, 석천사 등 ‘여수의 사찰’은 생각해도 ‘여수의 불교’는 쉽게 생각지 못한다.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여수의 불교 세가 크지 않는 이유도 있다. 연규 스님은 2022년부터 ‘여수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소임도 맡고 있다.
“어른 스님에게도 인사드리고 여러 종단 스님과도 협의해, 올해 부처님오신날 음악회를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게 진행했습니다. 여수의 심장부인 이순신 광장에서 보란 듯 진행했죠. 끝나고 행렬하는데 거리에서 합장하면서 인사하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우리가 그동안 다가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때 희망을 보았고, 일을 벌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장학금 및 공양미 지급, 글짓기 대회 등 소소한 일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이전부터 있던 일은 규모를 키웠고, 처음 진행하는 일도 많아졌다.
“수륙재를 규모 있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시에서 진행하는 ‘거북선 축제’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무언가 소외받는 느낌이 들어요. 뭇 중생을 살리는 방생과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수는 임진왜란과 제주 4.3에서 이어진 여순사건이 벌어진 전쟁터였고, 호국 의승군의 중심이었습니다.”
향일암
연규 스님이 미안한 마음이 일어나는 곳은 따로 있다. 향일암 계단을 오르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힘든 곳을 올라야 해?’ 하면서 투정 부리는 사람들. 정작 올라와서 바다를 보면 근심이 사라지는데, 오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진입로는 위험하고 좁기도 하거니와 차량과 사람이 섞여 걱정이 크다.
“그럴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립니다. ‘그 길을 모르니깐 여기까지 오는 것’이라고. 이 길을 알면 ‘얼마나 남았나’ 계산하게 되잖아요? 향일암 오는 길은 내려놓고 오는 길입니다.”
향일암이 기도 도량이어서 흔히 ‘노보살님’들이 많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이 길을 오르기 쉽지 않아요”라면서 젊은 층이 더 많다고.
“향일암은 남해 바다지만 동해를 바라보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 위 수직으로 솟은 바위에 향일암이 있습니다. 일출을 보면 ‘여기가 극락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