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마음챙김
경찰 제복을 입고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는 마산파출소장 윤원(법명 혜승) 씨. 40년 동안 경찰관을 하면서 곧 정년을 앞둔 그는, 산동파출소 과장으로 있다가 최근 전남 구례경찰서 마산파출소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화엄사 불교대학을 4년 다닌 후 2020년 포교사가 돼 단복을 받았다. 광주·전남지역 포교사단 부단장을 맡으며 포교 활동에 열심이지만, 아직은 경찰 제복이 더 익숙할 터.
“스님들 법문에서 항상 내 마음을 찾으라 그러잖아요. 직업군 중에서 경찰관들 수명이 가장 짧다고 해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주민들과 의견 충돌도 생기고, 주로 범인들과 접촉하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을 찾는 데 갈급함이 있었죠. ‘죄가 밉지,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처럼 포교 활동을 통해서 과거의 저를 많이 참회하죠.”
화엄사 포교사회는 매월 첫째 주 법회 전에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스님에게 불교 교리를 배운다. 포교사 중에는 공무원, 교직원, 사업가 등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이들이 많다. 윤원 씨는 비상근무가 많아서 포교 활동에 참여를 못 할 때 가장 아쉽단다.
“포교사 27명 중에 실제로 포교 활동을 하는 분들은 20명 정도 돼요. 광주·전남지역 포교단 중에서 화엄사가 행사나 활동을 제일 많이 해요. 그때마다 주지 덕문 스님이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시죠. 그전에 강원 스님들이 공부하던 방이 비었었는데, 포교사들에게 내어주시기도 했죠. 물심양면으로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버킷 리스트의 우선순위는 ‘포교’
42년 동안 결가부좌로 눕지 않고 장좌불와로 정진하다가 2020년 입적한 만연사 정오 스님. 윤원 씨가 불교 공부를 하고자 화엄사 불교대학에 다니게 된 이유도 정오 스님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정오 스님이 사는 삶대로 한번 살아보자 해서 결가부좌를 배우고 마음공부도 했어요. 그러다가 불교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하고 싶어져 화엄사 불교대학에 다니게 됐죠. 불교대학 출신들이 포교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주지 스님의 권유로 포교사까지 도전하게 됐고요.”
윤원 씨가 소속된 광주·전남지역 포교사단은 염불포교팀, 사찰문화해설팀, 군포교팀, 어린이포교팀 등으로 나뉜다. 그가 소속된 팀은 사찰문화해설팀이지만 염불 봉사는 물론, 행사 때 일손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선다. 얼마 전에 열렸던 화엄사 영화음악회에서 화엄사 신도회와 함께 안내와 지원 일도 맡았다. 어떤 활동을 하든지 포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으로 그가 꼽는 것은 ‘하심(下心)’이다.
“포교사 중에는 봉사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스님, 신도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죠. 포교사는 제복(단복)을 입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상(想)이 높다고 할까요. 하지만 포교사라면 오직 봉사활동에만 전념하며 자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죠.”
곧 정년을 앞둔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불교학과에서 수학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선순위는 단연 “퇴직 후 화엄사 포교 활동을 더욱더 열심히 하기”다.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