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에는 돌 위에 경전을 새긴 석경(石經) 파편들이 남아 있다. 화엄사가 조성될 때 장육전(丈六殿)이라는 전각이 있었다. ‘장육’은 부처님의 몸을 일컫는 말이다. 옛 스님과 장인들은 장육전의 벽을 석경으로 장식했다. 얼마나 장엄했을까?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의 화마에 불타버린 장육전 자리에, 스님들은 다시 각황전을 세웠다. 멀리서 보아도 그 위엄에 압도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기둥 하나, 보 하나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전쟁으로 각황전마저 불타버렸으면 얼마나 애통했을까?
섬진강의 ‘섬(蟾)’은 두꺼비를 뜻한다. 고려 말, 강을 거슬러 오르던 왜구가 두꺼비 울음소리에 도망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금은 ‘봄의 전령’이 섬진강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온다. 산수유꽃, 홍매화, 벚꽃이 지리산의 봄을 알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어느 시 구절처럼, 고독히 화엄사를 지켜주던 각황전 앞 홍매화는 무수한 사람들의 속삭임과 함께 ‘화엄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각황전과 홍매화를 찾아 지리산의 화엄 세계로 떠나보자.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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