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없는 만행을 떠나다...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 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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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없는 만행을 떠나다...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 대종사
  • 유동영
  • 승인 2024.05.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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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南隱堂) 현봉(玄鋒) 스님이 5월 1일 육신의 옷을 벗었다. 스님의 법구는 보조지눌 스님 이래 목우가풍(木牛家風)이 내려온 삼일암에 모셔졌고, 봄비가 조계산을 물들이던 5월 5일에서야 떠났다.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수덕사 설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눈앞에 법이 없으니
버들이 푸르고 꽃이 붉은데 
맡겨두고 귓가에 들림이 없으니
꾀꼬리가 읊조리고 제비가 
지저귐에 맡겨두도다.” 

-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추모 법어 

현봉 스님은 1974년 구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제방 선원에서 안거를 성만했다. 스님의 자취는 조계산과 송광사 곳곳에 남아 있지만, 특히 광원암은 스님의 진한 땀방울이 맺힌 곳이다. 조계산 도인이 되고자 했던 스님은 2019년 조계총림 송광사의 방장으로 추대됐다.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수덕사 설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많은 선지식이 스님의 마지막 자취를 보기 위해 조계산에 들어섰다.

2024년 5월 5일 오전 10시 20분, 현봉 스님은 약 5년 동안의 삼일암 생활을 마치고 걸음 없는 만행을 나섰다.

 

“조계의 달이 주암호에 잠기니
천지가 어두운데 학이 홀로 우는구나!
빈손으로 왔다 가는 남이 없는 길에
고요하게 깨어 있는 이것은 무슨 물건인가?”
- 현봉 스님의 임종게

2019년 9월 스님은 방장으로 추대되자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곧장 부처님전으로 향했다. 스님의 뒤를 따랐던 한 명의 스님이 현 송광사 주지인 무자 스님이다. 무자 스님은 영결식에서 방장 스님을 ‘형님’이라 부르며 애통해 했다. 상좌인 무영 스님(송광사 교무국장)이 스님의 영정을 들고 다비장으로 향했다.

 

“사물을 따라가지 마라. 따라가면 죽는다.” 

 - 현봉 스님의 유훈(遺訓)

현봉 스님은 법당에 들어서거나 나설 때도, 심지어 산에 오르는 날에도 고무신을 신었다. 스님의 자취는 조계산을 떠났으나 스님이 신었던 털 고무신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2019년 11월 12일, 현봉 스님은 조계총림의 법과 수행을 상징하는 법장(法杖)과 불자(拂子)를 들어 보이며 “총림이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행자들이 모인 성스러운 수행도량이다. 조계총림이 모든 불자의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가 되고 이 세상의 휴양림이 되도록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스님은 만나는 모든 이들과 친구이자 스승이 됐다. 조계산 구석구석 가지 않은 데가 없었고, 송광사 아래에 사는 마을 주민들 누구와도 친분을 맺으며 교류했다. 사람들은 스님을 ‘조계산 이장님’이라고 불렀다. 방장에 오른 스님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송광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조계산 불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송광사 대중은 ‘이(理)와 사(事)를 겸비한 스님으로서 송광사 가풍에 다시 나오기 어려운 스님’이라고 말한다.  

 

글·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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