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유명한 논서 『중론(中論)』을 지은 용수(龍樹) 스님은 대승경전인 『화엄경』을 바다 깊은 곳에서 가져왔다고 전한다. 대승경전을 찬술한 사람들은 경전의 권위를 바닷속 용왕에 기댔다. 『금강삼매경』의 고향 역시 바닷속 용궁이다. 용왕은 『금강삼매경』을 꼭 원효 스님이 강설해야 한다며 경전을 육지로 올려보냈다. 후에 원효 스님은 『금강삼매경론』이라는 논서를 짓기도 했다. 경전뿐 아니라 논서 역시 용왕의 위신에 기댔다.
신라의 대표사찰 황룡사, 통도사뿐 아니라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든 미륵사지 역시 애초에는 연못이었다. 연못을 메우고 사찰을 세웠으며, 연못에 살던 용들은 사찰에 제 집터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사찰을 수호하는 수호신이 됐다.
토끼와 거북이 등장하고, 용궁 이야기를 전하는 『별주부전』을 보면 용왕은 실수도 하고, 꾀를 부리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하늘에 초월적 권위를 부여했는데, 이에 비해 바닷속 용궁은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민속신앙에서 연못과 우물은 바닷속 용궁으로 통하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즉, 연못과 우물은 미지의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사찰 안팎에 용왕각이 들어선 이유기도 하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거북을 따라 용궁을 다녀왔다. 2024년 용의 해, 갑진년에는 월간 「불광」을 따라 용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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