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선화 상인”이란 위대한 비구 스님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아마 여러분이 불교에 관심이 많고, 책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선화 상인의 법문과 불경강설이 여기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불광을 통해서 여러번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의 능엄경 강설과 법화경 강설집이 불광을 통해서 한국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선화 상인은 한국에서 널리 알려지진 못했지만 사실 미국에 처음으로 대승을 전했으며, 방대한 분량의 대승경전과 다르마를 영어로 남겼습니다. 또한 그의 또다른 위대한 업적은 미국에서 많은 제자들이 대승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을 만큼 훈련하고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그에게는 훌륭한 출가인과 재가인 제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그의 엄청난 업적과 깊은 가르침에 비해서 한국에서는 제대로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은 중국 정통선맥인 위앙종을 서양으로 전파한 분입니다. 그래서 선화 상인을 서양으로 처음 대승을 가져간 조사 스님이라고 여깁니다. 그가 미국으로 대승을 전하기 전까지 서양인이 아는 불교는 소승불교였다고 합니다. 선화 상인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많은 제자를 양성했고, 그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출가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선화 상인은 1961년 호주에서 1년 동안 사람들을 교화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해인 1962년 홍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962년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선화 상인은 “조사들, 부처님들, 보살들을 만들기 위해서 미국으로 간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영어도 못하는 중국인 스님이 1960년대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치고, 대승을 전한 것입니다. 그때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이 편견이 매우 강했을 때입니다. 지금처럼 활발하게 교류하고, 인터넷으로 모든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닙니다. 제가 미국에서 있었던 2000년도에도 서양인들하고 대화하면서 “와 어떻게 저렇게 동양권에 대해서 무지할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선화 상인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사람들을 교화했고, 대승을 전했습니다.
처음 선화 상인이 미국에 갔을 때, 젊은 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명상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불경강설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1968년 선화 상인은 능엄경을 가르쳤습니다. 그게 바로 여름 선칠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미국인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그 여름이 끝날 때, 5명이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영화 스님도 이 능엄경 강설이야 말로, “걸작(masterpiece)”라고 표현합니다. 그후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선화 상인을 찾아와서 출가했고, 선화 상인의 말년에는 전세계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출가해서, 그 숫자가 200명이 넘었다고 전합니다.
선화 상인은 미국에서 승가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1. 부처님의 참되고 바른 가르침을 서양에 전파하고 그곳에 바른 승가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
2. 불경 전체를 영어 등 서양어로 번역하도록 조직하고 후원하는 것
3. 학교나 대학 등을 설립해서 건전한 교육을 촉진하는 것
사실 저는 미국에서 영화 스님으로부터 처음 명상을 배웠고, 제대로 불교에 입문하고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 모든 것을 영어로 익혔습니다. 왜냐하면 은사스님이 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싶어했는데, 선화 상인의 제자들이 영어로 번역한 그의 법문집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화 상인과 그의 제자들에게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불교 용어는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글 발음으로 표기되어 있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통 우리 한국사람들은 그 한자를 하나하나 사전에서 찾아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영어로 번역하면 뜻이 풀어지기 때문에 더 가깝게 느껴진겁니다. 게다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불교를 접하니까,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고정관념, 편견 등이 덜 적용되어서 오히려 가르침을 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달마대사가 중국으로 선을 전하기 훨씬 전 수많은 대승경들이 산스크리트어에서 중국어로 번역되어 전해졌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화 상인은 제자들과 함께 대승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도 훈련했습니다. 제자들이 대승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그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미국에도 대승의 뿌리가 심어졌습니다. 한 명의 위대한 승려가 이렇게 크고 방대한 변화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승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