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까지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음력 10월 14일 저녁이 되면 안거에 들 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소임이 담긴 용상방을 짜고 10월 15일부터 시작될 안거를 준비합니다. 올해 동안거 시작일은 양력으로는 11월 29일입니다.
알다시피 안거는 부처님 당시부터 시작된 오랜 전통입니다. 우기 한철 바깥출입을 삼가고 오직 수행에만 매진했던 것을 기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를 넘어 북방으로 불교계 전래되고는 겨울, 여름 각각 3개월씩 안거에 드는 전통이 정착됐습니다.
그런데 이 안거만큼 오래된 전통이 또 있습니다. 바로 안거 기간에 실시하는 자자(自恣)와 포살(布薩)입니다. 포살은 매월 보름과 그믐에, 그리고 자자는 안거가 모두 끝나는 날에 실행했습니다. 이런 의식을 통해 수행자는 수행 중 자신에게 허물은 없었는지 물었고 혹은 허물이 있었다면 참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의식의 참석에는 부처님도 아라한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한국불교에서 포살은 꽤 오랫동안 ‘공식적’으로는 잊힌 의식이었습니다. 물론 개별 사찰이나 선원에서는 계속 시행하던 곳도 있었지만 지관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계시던 2008년 ‘대중결계 및 포살제도’에 대한 법을 통과시켜 동안거와 하안거 때 각각 1회씩 포살을 송출하게 했습니다. 실시 횟수에도 차이가 있고 참여 인원에도 예외를 두는 등 부처님 당시의 모습은 아니지만 여하튼 포살 의식을 복원했다는 큰 의미가 있는 진전이었습니다. 현재 조계종은 포살 의식 때 공식적으로 한역 경전을 번역한 『범망경 포살계본』을 송출합니다.
이번에 불광출판사에서 발행된 『비구 급선무』는 빨리율 포살계본입니다. 실제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왔던 율(律)의 조목들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계본입니다. 해설본을 통해 각 조목 그리고 단어마다 자세한 해설을 붙였습니다. 계율 제정의 취지는 물론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한역과 한글화 과정 중 생긴 오역 등을 자세히 지적하다 보니 분량이 방대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포살 때 송출되는 조목에 대한 설명만은 아닙니다.
빨리어 포살본을 한글로 옮기고 자세한 주석을 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기실 율(律)을 축으로 이미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멀어진 한국의 수행 풍토에 대해 성찰하고 어떻게 ‘근본불교’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돌아온 ‘안거’에 다시 돌아보아야 할 ‘포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