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무엇을 어떻게 깨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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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무엇을 어떻게 깨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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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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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연기법(緣起法)’을 깨닫는 종교

연기법은 사유가 아닌 실천을 통해 알 수 있는 세계

이중표 지음 | 384쪽 | 20,000원

                                                 이중표 지음 | 384쪽 | 20,000원

붓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진리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안갯속 희미한 존재처럼 알 듯 모를 듯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교리를 공부한 사람들 중에는 4성제(四聖諦)가 붓다가 깨달은 진리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연기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4성제와 연기법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쌍윳따 니까야』 12. 65. 「나가라 쑷따(Nagara-sutta)」를 보면, 붓다가 연기법의 사유를 통해 4성제를 깨닫게 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는 붓다가 연기법을 통해 4성제를 알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연기법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연기법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어떤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일까요.

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논서 중 하나인 용수(龍樹, 150?~250?)의 『중론(中論)』 「귀경게」에서도 “상서로운 연기(緣起)를 설하신 설법자 중 최고의 설법자 붓다에게 예배합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붓다가 이 연기법을 통해 4성제라는 진리를 증득(證得)했고, 이후 그의 많은 제자들이 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실만으로도 연기법은 불교의 핵심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현대 불교학자들 사이에서도 붓다가 깨달은 진리가 연기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말은 ‘붓다가 깨달은 진리는 곧 연기법’이 되고, 이 연기법을 이해하면 깨달음도 이해한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연기법은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중표 명예교수님은 머리말에 “고등학교 2학년 때 불교를 처음 접한 후 지난 50여 년의 세월 동안 나의 불교 공부는 연기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라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내용인데,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평생을 불교 연구에 매진한 저자의 노력으로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을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주의할 점 한 가지를 짚어 줍니다. 연기법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인식을 전환하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데, 강철 같은 고정관념의 문이 앞을 가로막아 연기법을 들여다볼 틈조차 없다는 의미입니다.

도대체 연기법은 어떤 내용일까요.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세상 어떠한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한다고 믿는 모든 것은 허망하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진실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연기하기 때문이다. 연기란 조건이 갖춰지면 일어나는 현상이고, 조건이 사라지면 그 현상도 사라진다. 중생은 그 현상을 실체인 ‘존재’라고 믿고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이 말은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슬슬 머리가 아파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알아도 연기법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연기법은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그 존재가 허망함을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기법을 이렇게 생각으로만 알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죽하면, 제자 아난다가 연기법을 명백하게 이해했다고 하자, 붓다가 연기법은 그렇게 생각만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꾸짖는 장면이 『디가 니까야』 15. 「마하니다나 쑷따(Mahā-Nidānasutta)」에 나옵니다.

붓다는 사유가 아닌 수행의 실천을 통해서만이 연기법을 체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수행법이 9차제정(九次第定)입니다. 『잡아함경』 379에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는데, 붓다는 이 9차제정을 세 차례 반복 수행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각 차례를 견도(見道)·수도(修道)·무학도(無學道)라고 합니다. 견도는 진리의 인식이고, 수도는 진리의 실천이며, 무학도는 진리의 성취입니다.

9차제정을 세 번 반복하여 무학도의 경지에 올라 깨달음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스스로 실천하여 체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도 이 부분을 강조하면 불교 수행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합니다.

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 바로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입니다. 연기법을 체득하게 되면 비로소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목적이고, 붓다가 중생을 제도하려는 이유입니다.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의 불교철학 시리즈

 

불교란 무엇인가  이중표 지음 | 358쪽 | 16,000원
붓다의 철학  이중표 지음 | 464쪽 | 27,000원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이중표 역해 | 358쪽 | 20,000원
정선 맛지마 니까야 이중표 역해 | 358쪽 | 16,000원
정선 디가 니까야 이중표 역해 | 532쪽 | 28,000원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조애너 메이시 지음 이중표 옮기 | 432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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