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쿠 보디 지음 | 전순환 옮김 | 368쪽 | 18,000원
이 책은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인권문제연구소에서 평화구축 및 권리 프로그램을 위해 빅쿠 보디 스님에게 ‘사회와 공동체 화합에 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주제로 글을 요청한 것을 근간에 두고 다시 보완하여 펴낸 것입니다. 얼마 전 끝난 국회의원 선거로 논쟁과 갈등, 분열로 달구어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조용히 회자해 보면 좋은 책입니다.
초기경전 구절을 중심으로 하되, 부처님과 그의 대표적인 제자들 간의 대화를 수록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가르침들은 어떤 종교적 믿음이나 체계와 결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불교 특유의 깨달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명확성, 타당성, 깊은 이해력의 측면에서 이 책에 담긴 가르침들은 종교와 상관없는 지극히 보편적인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사람들 사이의 우호적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큰 핵심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자각하는 방법과 논쟁을 해결하고 화합을 확립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보면 붓다는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에서는 공동체의 화합에서 윤리적인 행동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업을 통한 ‘바른 견해’를 말합니다. 업의 원리를 알면 나의 행동이 결국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릇된 마음에서 저지르는 악한 행동을 삼가는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됩니다.
2장에서 붓다는 사회적 화합에 가장 큰 걸림돌을 ‘분노’로 보고, 어떻게 분노를 통제하고 없앨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분노가 발생하는 근원, 분노에 굴복하는 데 따르는 단점과 위험, 분노를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 등이 담겨 있습니다. 붓다는 분노의 주된 치료법은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오직 인내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4장은 말에 관한 붓다의 지혜를 담았습니다. 붓다가 8정도에 ‘올바른 말[정어正語]’을 항목으로 삼았을 만큼, 말은 조화로운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간 행동의 한 형태입니다. 올바른 말뿐만 아니라 토론에 참여하는 적절한 방법, 다른 이들을 칭찬하고 비판할 시점, 필요하다면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교정시키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5장에서는 개인 수양의 영역에서 나아가 대인관계의 문제를 다룹니다. 붓다는 올바른 삶의 기반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가치를 설명하고, 진정한 벗의 자질과 어떻게 서로를 대우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살펴봅니다.
6장에서는 개인적인 우정에서 더 나아가 개인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 장은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대조하는 구절로 시작하며,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전념하는 현실주의자와 타인의 이익도 생각하는 현실주의자를 비교합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사실은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 두 가지 모두에 헌신하는 사람이 최선이라는 점입니다.
7장은 우리를 의도적 공동체의 설립으로 인도합니다. 붓다는 승단의 설립자로서, 공동체 설립을 위한 수많은 지침들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속세의 지도자로부터 사회 전반의 화합을 유지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받았고, 이에 화답한 붓다는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제시했습니다.
8장에서는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온갖 논쟁과 분쟁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해결책은 9장으로 이어집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지침, 미래에 논쟁이 분출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한 수행법이 이 장에 담겨 있습니다.
10장은 공동체에서 더 큰 사회적 범위의 이야기로 나아갑니다. 이 장의 주제는 공정사회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붓다의 정치적 이상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도덕률에 따라 자신의 영역을 다스리는 정의로운 통치자의 모습을 그립니다.
저자 빅쿠 보디 스님은 이 책에서 말합니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갈등이 있을 때도 화합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한 지혜를 키울 때 우리는 비로소 ‘평온하고, 도둑에게 시달리지 않으며, 국민은 진정 기쁨에 겨워 자신의 아이들과 놀면서 담장 없는 집에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