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불자 분께서 고민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불교에 막 입문한 것도,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어떤 경전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질문을 받은 저도 애매해졌습니다. (저 역시 고수가 아닐뿐더러) 수많은 경전과 경전 해설서, 선어록 중 무엇을 먼저 읽고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부처님의 일대 교법을 ‘팔만사천법문’이라 일컫습니다. 이것은 ‘아주 많음’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이토록 방대한 불법(佛法)의 산을 오르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더욱이 번잡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생활인으로서 우린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여러 스님과 불교학자 분들의 쉽고 재미있는 강설서, 해설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책도 바로 그러한 도서입니다.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365』(전 2권)는 우리 불교계 대강백이신 무비 스님의 저서입니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금강경』, 『화엄경』 등의 불교경전과 『금강경오가해』와 같은 경전 해설서, 또는 『임제록』이나 『육조단경』 같은 선어록에서 보물과 같은 명구를 가려 뽑아 소개합니다. 더욱이 명구를 단순하게 모으는 데서 나아가 이해하기 쉽도록 명쾌한 해설을 덧붙여 그 숨은 뜻을 선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문헌의 몇 구절을 읽는 게 도움이 되겠냐는 의심은 거두셔도 좋습니다. 이들 명구는 불법의 정수(精髓)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뿐더러, 스님의 해설과 더불어 한 경전, 한 어록을 공부하기 위한 발판이자 교두보가 되어줄 것입니다.
무비 스님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 데에는 남다른 계기가 있습니다. 스님의 출가가 「자경문」의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출가 이후 명구라 여겨지는 것을 옮겨 적고, 외우고, 버리는 일을 수십 년 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오랜 기간 동안 지속해 온 일의 결과물을 다시금 선별해 모은 것이 이 책이라 고백하십니다. 이러한 과정 때문인지 지면을 넘길수록 더욱 감동적입니다.
이 책은 책의 제목에서부터 짐작하셨듯이 선별된 명구와 해설을 하루 한 구절씩 읽을 수 있도록 날짜별로 나누어 구성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무비 스님께서 전하는 불법의 감동을 매일매일 일 년 내내 누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물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한 양태숙 화가의 작품을 함께 실어 번잡한 일상 가운데 잠시간의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불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르침은 지금 우리의 삶을 꾸려 나가는 데 있어 필요한 삶의 지혜나 다름없습니다. 종교성을 가진 텍스트이지만 또한 그것을 초월하는 가르침이며, 그러므로 불교를 알든 모르든 누구에게나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이 책에 담긴 불가의 소중한 명구는 우리 삶에 대한 청량한 조언이자 따뜻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부처님과 조사 스님의 명구를 거울삼아 어지러운 마음을 비추어 보십시오. 어느새 완전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