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눈처럼 하얗고 한겨울 비처럼 시린 선승의 수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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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의 눈처럼 하얗고 한겨울 비처럼 시린 선승의 수행일기
  • 이상근
  • 승인 2019.03.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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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허 스님 지음 | 견동한 그림 | 116쪽 | 11,000원

 

이른 봄의 눈처럼 하얗고 한겨울 비처럼 시린 선승의 수행일기

 

때론 보이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입니다.
『선방일기』가 그랬고 그 책의 저자로 알려진 지허 스님이 그랬습니다.
『선방일기』는 1973년 <신동아>에 처음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모두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선방일기』는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전개되며 철저히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선승(禪僧)의 존재감과 눈물 나게 인간적인 수행자의 두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해인 수녀는 이 책을 두고 “매우 솔직담백하면서도 구도자의 깊은 사색과 예리한 성찰이 돋보이는 수행일기를 읽고 나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내면을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라고 상찬했습니다.
불광출판사에서 『선방일기』가 나온 건 2010년 11월입니다. 그때 편집자는 “이른 봄의 눈처럼 하얗고 한겨울 비처럼 시린 선승의 수행일기”라는 문구를 보도자료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불광출판사에서 출판되기 전에 이미 두 번이나 출판된 적이 있었습니다. 1993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비매품으로 5천여 부가 인쇄되고 배포되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복사본이 돌아다닐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출판된 건 2000년입니다. 그때도 수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이 책은 수년째 ‘절판’인 상태로 있었습니다. 해당 출판사가 출판 사업을 접었을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한국 출판사에도 몰아쳤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흔적을 언뜻 볼 수는 있었지만 행적을 찾을 수 없어 ‘계약’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법정 허락’제도였습니다. 당시 해외 배포를 목적으로 콘텐츠를 찾고 있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협력해 문화체육관광부, 조계종 등에 공문을 발신하고 회신을 받았고 마침내 저작권위원회의 공식적인 허락을 얻은 겁니다. 이 절차는 필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유일한 출판 통로이기도 했지만 그 과정이 무척 지난했습니다. 몇 개월에 걸친 그 지난했던 과정은 그냥 접어두겠습니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선방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지금껏 꽤 많은 부수가 인쇄되었고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런 아름다운 글은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지허 스님은 여전히 그 행적조차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선방일기』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으며 ‘이른 봄’의 눈을 맞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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