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내가 출가를 한 이유 : 봉녕사 도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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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내가 출가를 한 이유 : 봉녕사 도경스님
  • 김우진
  • 승인 2018.01.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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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출가는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셨다. 때문에 출가는 어려운 결정이다. 세속의 욕망이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이다. 출가는 세속을 떠나고 새로운 가치관과 만난다. 그래서 출가는 낯설고, 두렵고, 세속에서의 도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결정하면 그것만큼 자유로운 삶이 없다고, 출가한 이들은 말한다. 자유로운 삶이라고 한다. 한 번 경험이라도 해본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출가, 자유를 경험하다.

01    내가 출가를 한 이유 : 봉녕사 도경 스님   김우진
02    삶이 무거운 이들에게 선사하는 쉼표 : 월정사 출가학교    유윤정
03    정토회 백일출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유윤정
04    출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김우진

 

사진. 최배문

봉녕사 승가대학교 도경 스님

“출가를 결심하는 데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한 것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고부터 자연스레 출가로 이어졌어요.” 봉녕사 승가대학 2학년 도경 스님을 만났다. 20대의 젊은 사미니 스님이다. 출가 전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대학 불교동아리로 불교를 만난 그는 2013년 조계종 교육원이 해남 미황사에서 실시한 청년출가학교를 참가하면서부터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출가를 선택한 인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불교와의 인연

봉녕사 승가대학 2학년인 도경 스님은 속가 나이 스물일곱이다. 2015년 출가했다. 출가하기 전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떤 목표가, 어떤 고민이, 어떤 계기가 있어서 출가했을까. 궁금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간 대학인데, 전공이 저랑 안 맞았어요. 진로와 전공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했습니다. 딱히 ‘뭘 해야겠다’라거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삶에 대해 사색도 했었고, 인간관계 속에서 오는 사소한 문제들도 조금은 고민이었죠. 그렇지만 특별한 체험이나 고통,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았어요.”

친구들을 사귀어 보고자 교내 동아리들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활동하고 시간 뺏기지 않을 곳. 귀찮게 하지 않을 곳. 좋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곳. 찾다 보니 불교학생회가 눈에 들어왔다. 불교라는 이미지가 그럴 것 같았다. 동아리에 가입했다.

동아리에서는 특별히 불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종교야’ ‘너는 이걸 믿어야 해’ 식의 활동은 없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가끔 사찰에 가거나 불교 문화를 배웠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절에 다니지 않았지만, 불교학생회 활동을 재밌게 했다. 불교학생회 회장도 맡게 되었다.

어느 날 불교학생회 회장을 찾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청년출가학교 홍보 전화였다. 절망과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찾아갈 힘을 마련해주기 위해 조계종 교육원에서 해남 미황사로 청년들을 초대한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이 그랬던 것처럼 ‘여름 방학 기간이니까 그냥 절에 가서 며칠 마음 편히 쉬고 오자’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이전까지는 몰랐다. 불교는 어떤 가르침이고,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줄지 내 삶에 어떤 가치로 나타날지 말이다.

사진. 최배문
사진. 최배문

 

|    작은 발심, 청년출가학교

청년출가학교 주요 프로그램 안내를 보니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부처님의 삶을 통해 삶의 지혜를 확인’ ‘나를 둘러싼 현실의 모습 직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삶, 주인 된 삶이란 무엇인가’ ‘예불, 참선, 강의, 염불을 통한 습기習氣 내려놓기’ 이것들로 어떤 것을 알 수 있을까.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 궁금증만 더한 안내를 뒤로하고 입산했다.

청년출가학교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 익숙하지 않았다. 졸음이 왔다. 정해진 일정을 따랐다. 깜깜한 새벽하늘 아래 법당으로 향했다. 주위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비몽사몽 절을 하며 새벽예불을 올렸다. 그 시간에 일어나 본 적도 별로 없는데 아침 공양 맛이 근사했다. 공양 후 다음 일정 사이 틈에 잠시 졸며 쉬는 시간도 좋았다. 
오전 수업을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도법 스님, 법인 스님, 가섭 스님, 정목 스님, 원영 스님, 철학자 강신주, 조한혜정 교수 등이 청년들에게 하고픈 말을 전했다. 불교에 대한 이야기, 붓다에 대한 이야기, 마음과 철학과 청춘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열흘 가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불교에 대한 제 마음이 처음 들어올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특히 기억나는 게 법인 스님의 말씀입니다. 스님께서 불교의 공사상에 관해 설명해주셨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근심·걱정들도 영원하지 않다, 변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려운 말로 해주신 게 아니라 청년들 눈높이 맞는 쉬운 용어들로 설명해주셔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불교에서 청년들의 괴로움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불교는 희망찬 종교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점심 식사는 발우공양으로 했다. 정말 먹을 만큼만 덜어서 남김없이 삼켰다. 음식을 먹으며 밥그릇 긁는 소리도 조심했다. 청년출가학교 프로그램 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묘한 기분을 느꼈다. 산을 오르고 바닷길을 걸었다.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었으며, 또래들의 삶과 그들의 고민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다. 8박 9일간의 청년출가학교는 한 여대생이 가지고 있던 세상을 바꾸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전까지 불교에 대해서 친절히 알려주는 곳이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불교는 생각보다 멀었던 것 같아요. 관심이 있어 절에 가도 사찰에서는 염불하고 절하고 의식을 지내느라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어요. 부처님께서는 어떤 삶을 사셨고, 어떤 가르침을 주셨고, 어떻게 행하라 했는지. 청년들이 관심이 있어도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었던 곳이 없었습니다.”

 

|    출가하기로 마음먹다

청년출가학교를 다녀오기 전까지 스스로 종교와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가학교를 체험하고는, ‘내가 만약 종교를 갖게 된다면 불교로 정할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었다. 모든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종교라고 생각했다.

청년출가학교에서 사귄 2명의 친구가 모두 서울 상도선원에 다녔다. 학교와도 별로 멀지 않았다. 그 친구들을 따라 선원에 나갔다. 알고 보니 대학 불교학생회 동아리 지도법사스님도 상도선원에 계셨다. 인연이었다. 스님들의 친밀하고 자비심 넘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었다.

“그 후 복수 전공으로 종교학을 선택했습니다. 종교학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종교도 공부해보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 하죠. 병에 따라 약을 주는 것처럼 불교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가르침을 주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불교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불교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생겼습니다.”

도경 스님은 “불교를 공부하면서 출가에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이 길이 내가 걸을 길이라는 확신이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단지 고민한 것은 시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가할 것인지, 대학원을 진학해 더 공부하고 출가할 것인지였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속으로는 힘드셨을 테지만, 언제나 곁에서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던 분들이라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마음을 먹으니 출가는 일사천리였다. 상도선원 스님들께 도움을 받았다. 출가에 대한 방법이나 궁금증을 물었고 스님들께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상도선원 지도법사스님이 자신의 사형을 소개해주었다. 지금의 은사스님이다. 그렇게 대학 졸업과 함께 새로운 길에 들었다. 출가였다.

사진. 최배문

|    까슬한 머리가 익숙해지고

“첫날 머리를 빡빡 깎고 잠을 자는 데 꿈속에서 본 저의 모습은 머리가 길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눈 뜨니 머리카락이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괜히 까슬까슬한 머리만 자꾸 만지게 되고, 어색했습니다. 은사스님께 말씀드리니 그냥 웃으시더라고요.(웃음)” 

6개월간 행자 생활을 하며 사찰의 기본적인 예절을 익혔다. 하고 싶었던 공부도 많이 했다. 어색함이 사라지자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2016년 초, 직지사에서 사미니 수계를 받았다.

“수계식 때 부모님도 오셨습니다. 수계식 중간에 부모님께 절하는 시간이 있어요. 앞으로 계를 받아 승려로 살아가며 절을 받는 이가 되니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 겁니다. 남녀 합해서 백여 명의 행자가 사미·사미니 수계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이곳저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죠. 저희 부모님께서도 정말 많이 우셨어요. 저도 눈물이 나왔죠.”

사미니가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가끔 봉녕사에 찾아오신다. 스님은 출가 이후 재가자 때 느꼈던 생활 속 사소한 번뇌 거리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도반들과 부대끼며 대중 생활 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옆에서 공부하고 있는 도반의 모습 보며 서로 의지하고 정진하는 중이라했다. 도반들과 함께 공부하며 고민은 없는지 물었다.  

“저도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출가한 것처럼 제 또래 도반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자연스레 출가했다고 합니다. 어른스님들 이야기를 들으면 절절한 사연이 있어 출가하셨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어요. 불교를 가까이하다 보니 그 길이 이어진 것 같아요.”

도경 스님은 봄이 오면 3학년으로 올라간다.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수행과 공부라고 답했다. 정말 스님은 고민이 없는지 물었다.

“고민은 없습니다. 이 길에 대한 확신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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