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한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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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견문록]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한문아카데미
  • 김우진
  • 승인 2018.01.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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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 다른 공간,부처님과 만나는 길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 한문아카데미는 2012년 첫 수업을 시작했다. 불교 한문의 독해 능력을 교육함과 동시에 한문 불전을 번역할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통적인 강원의 한문 교육 시스템을 차용하여 아카데미 형식으로 열었다. 현재까지 1,000여 명의 수강생이 한문아카데미의 수업을 들었다.

 

사진. 최배문

|    한문 고전과 불교 문헌을 만나다

“전통 강원 등 여러 곳에서 불교 한문교육의 맥을 근근이 이어왔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한문아카데미에서는 전통적인 교육체계와 교육방식을 일부 수용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게 교과과정 등을 구성했습니다. 불전번역자, 불교연구자를 양성하고 새로운 승가교육에 협력하여 불교적 가치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승석 불교학술원장은 한문아카데미를 소개하며 불교문헌의 가치를 강조했다. 더불어 불교문헌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한문아카데미와 함께 성장하길 바랐다. 불교학술원은 한문아카데미 강좌와 더불어 불교인문학 특강과 번역 저자들의 특강 또한 개최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특강이지만, 한문아카데미 수강생들의 활기를 더하고자 한다.

한문아카데미는 1년 2학기, 3월과 9월에 각 학기가 시작되어 학기당 16주 강의가 진행된다. 4학기 동안 30학점을 이수하면 수료할 수 있다. 아카데미는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뉜다. 기본과정은 4년제 대학의 재학 이상이거나 조계종 교육원 추천을 받은 스님이면 지원할 수 있다. 심화과정은 한문아카데미 기본과정 수료생이거나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혹은 2년 이상 번역에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2017년도 2학기 기본과정 커리큘럼은 월요일에는 『유식 30송』, 화요일에는 ‘원전으로 본 불교교리’, 수요일은 『장자』, 목요일은 『유마경』, 금요일은 『맹자』로 강의가 구성되어 있다. 심화과정은 월요일 『현우경』, 수요일 『조론』, 금요일 『선문염송』이다. 강의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3시간씩 진행한다.

강의 커리큘럼은 매 학기 한문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이들의 의견을 물어 다음학기에 반영한다. 강의 주제는 경, 론, 어록 등 제한이 없으며 몇 가지 기준을 두고 수강생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선정한다.

사진. 최배문

|    경전을 읽습니다. 마음을 읽습니다.

목요일 저녁. 『유마경』 강좌를 찾았다. 6시가 지나자 수강생들이 한 명씩 강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해진 자리는 없지만, 수강생들 각자가 제자리를 찾듯 앉았다. 6시 반에 시작하는 강의에 스무 명 가까운 수강생이 자리를 함께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서 은퇴한 중년남성, 직장인, 전업주부, 스님 등 강의를 듣는 이들의 구성도 대중없다. 목표는 하나. ‘한문 경전을 배우고 익힌다.’ 

강의실 뒤쪽에는 따뜻한 차와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늦은 저녁까지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아카데미 측에서 준비해놓았다. 『유마경』 강의를 진행하는 정운 스님이 조금 일찍 도착해 차를 한잔 마시며 간략한 인사와 함께 수업을 준비했다. 

“식사는 다들 하셨죠? 날이 정말 추워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감기 때문에 못 나오신다고 하신 분들이 많네요. 다들 한 주 동안 공부 많이 하셨나요? 지난주에 「향적불품」까지 했나요? 그럼 이어가겠습니다.”

수강생 중 한 명이 한자로 쓰인 경전을 읽는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어두운 밤 발아래를 살피듯 찬찬히 음을 읽고는 조심스레 뜻을 풀이한다. 생소한 한자들을 찾아 그 뜻을 조합해 해석을 이어간다. 강사인 정운 스님은 수강생들이 읽고 해석한 내용에 설명을 더한다. 더불어 수강생들의 생각을 묻는다. 경전 한 구절을 두고 몇 차례 의견이 오간다. 또 다른 수강생이 과정을 이었다. 수업 시간은 이와 같은 반복. 단순하고 명료했다. 

‘제불위의진지諸佛威儀進止 제소시위諸所施爲 무비불사無非佛事’

‘부처님 모든 행동에 불사 아닌 것이 없다.’

정운 스님이 「보살행품」의 한 구절을 해석하였다. 스님은 “『유마경』에 나오는 명언 중 하나”라며 구절을 자세히 나눠보고 그에 따른 부처님 법도 설명해주었다. 스님은 “부처님 정말 멋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경구다.”라며 수강생들과 잠시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어 계속되는 구절들에서 한문으로 묘사된 유마 거사의 묘한 이야기들을 해설해 주었다. 

“한문 해석으로 부처님 말씀의 이해를 넓히고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문을 번역하고 해석하면서 경전이나 한문 원전을 썼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요. 경전에 나오는 환희로운 순간들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고요. 그럴 때마다 한 걸음씩 부처님께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볼수록 새롭고 생각할수록 감동적이에요.”

강의를 듣는 설경 스님은 한문경전이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고 했다. 경전에 쓰인 한문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며 참뜻을 찾는 과정이 “마치 법을 구하는 과정 같다.”고 표현했다.

사진. 최배문

|    바른 이해, 시작과 끝

“선방에 다니면서 시간을 내어 참석하게 되었어요. 전통방식의 원전 강독반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처님 말씀과 경전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바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강의실에 와서 준비하던 일석 스님. 처음보다는 익숙해지고 있지만 원전을 그대로 해석하면서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부가 어렵냐는 질문에 그만큼 배울 것이 많다고 답했다. 

“이곳에 와서 경전을 읽을 때마다 처음 발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수행을 하면서 혹은 공부를 이어나가며 간혹 흔들릴 때, 또 지치고 나태해졌을 때 온전히 한자에만 집중해 봅니다. 글자가 가지고 있는 경전의 참뜻을 탐구하면 그 안의 부처님 말씀이 어느샌가 다가와 단단하게 붙잡아 줍니다. 그런 점에서 한문 경전은 부처님과 저를 이어주는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문 경전의 참뜻을 파악하고 바른 이해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여느 수행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자 사전을 찾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단어가 쓰인 여러 문장을 살펴보며 다양한 활용들도 알아본다. 한 문장의 뜻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품이 들어간다.

경전 자체가 깨달음의 진리이기 때문에 항상 새롭다. 『유마경』 강의를 진행하는 정운 스님은 경전을 읽을 때의 몸 상태나 그 당시의 삶의 상황 등도 경전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전을 읽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무거운 마음이나 반대로 너무 가벼운 마음은 바른 이해를 위해 지양해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전을 공부하는 마음은 특별하지 않아요. 우리가 때 되면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고, 일과를 하듯이 부처님 제자로서 당연한 행동이 경전을 읽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그 뜻을 되뇌는 것이죠.”

 

|    뜻을 찾는 이의 마음 

2년간 30학점의 한문아카데미 기본반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들을 수 있다. 심화반은 기본적인 한문 실력을 필요로 하기에 사전에 시험을 통과하여 어느 정도 수준을 인정받아야 한다. 참여 가능 한 인원도 10명 이내다.

심화반 『선문염송』 수업. 한국교통대학교 박영록 교수가 수업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이 번갈아 해석을 이어갔고, 박 교수가 조언을 더하는 형식으로 수업은 진행되었다. 박 교수와 수강생들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문을 해석했고, 이따금 잘 풀리지 않은 부분에서는 정적이 흐르며 각자 생각에 잠겼다. 

강의실 안에 모인 이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조사들의 어록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살피고 올바른 이해를 위해 미리 공부하여 오늘 나갈 진도를 준비해왔다. 다른 경전과 문헌들에서 쓰인 여러 활용도 참고하며 어려운 문장과 단어를 공유했다. 

“아카데미에서 한문을 해석하며 부처님과 조금 가까워 진 것 같다고 느낍니다. 경전을 읽으며 섬세하게 본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번득여요. 말로 표현하기 오묘합니다.” 

정헌열 씨는 기본반 수료 후 심화반까지 한문 경전 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수업이 쉽지 않아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그다. 수업 시간 중 한문 번역과 해석을 위해 몇 번이고 문장을 읊조리며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헌열 씨 뒤에 앉은 김정만 씨도 열심이다.

원래 불교 신자가 아니었다는 김정만 씨는 이곳 한문아카데미 수업을 통해 한문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수업 중에 가장 많은 질문과 의견을 내놓았다. 나눠준 프린트에 필기가 빽빽하다.

“이 경전 속에 우리가 살아갈 방향이 들어있습니다. 그것을 읽고 살필 때만큼은 진리의 말씀에 다가가는 순간이지요. 또 그 때의 우리 마음은 부처님과 같아지는 것 같아요.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집착했던 것들도 모두 포기할 만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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