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에서 인생의 배터리를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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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에서 인생의 배터리를 채우다
  • 김선경
  • 승인 2017.07.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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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휴휴명당 | 조용헌 지음|불광출판사|352쪽|18,000원
조용헌의 휴휴명당 조용헌 지음|불광출판사|352쪽|18,000원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조용헌 선생은 배낭을 메고 있었다.

불룩한 배낭엔 여벌의 옷과 필기구가 들어 있다고 했다. 선생의 위치 모드는 떠나 있거나 아니면 곧 떠날 예정, 둘 중 하나다.

펜 한 자루를 들고 천하를 돌며 보고 듣고 느낀 산물은 20여 권의 책에 담겼다. 선생은 책과 자료에 의존한 글쓰기가 통조림이라면, 자신의 글은 ‘자연산’이라고 했다.

집필 과정을 좀 더 이야기하면, 글감에 맞는 자료를 구한 다음 현장을 답사하고 그 분야 전문가를 찾는다. 옥석玉石을 고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기 위한 사색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책상 앞에 앉는다.

그 다음엔 일필휘지, 40매 가량의 원고도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선생은 말한다.

“독자는 단숨에 글을 읽는다. 그래서 나도 단숨에 쓴다. 그래야 글맛이 전해진다.”

자신의 사주에 문필가의 운이 들었다고 했지만, 선생을 동양학 분야의 독보적 자리에 오르도록 한 힘은 이런 ‘부지런한 통찰력’에 있지 않을까.

천리天理와 지기地氣,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오가는 이야기꾼으로 선생이 전하고 싶은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삶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 평생 화두로 삼아온 사주명리학과 풍수, 숨어사는 인생 고수들의 이야기엔 오히려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간 『조용헌의 휴휴명당』은 30여 년간 우리 땅을 수없이 밟고 오르내리면서 찾아낸 명당 22곳에 관한 이야기다. 복 주는 명당 이야기가 아니다. 기실 절망, 외로움, 허무함,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의 근원은 ‘나’를 잃어버린 데서 시작한다. 하늘과 땅, 바위와 물, 바람과 빛이 조화를 이룬 명당에서 인간은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충일함 속에서 인간사 온갖 불행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나’에게서 ‘나’를 구하는 데 잠시 자연의 힘을 빌리라는 선생의 조언이다. 바야흐로 여름이 끝나간다. 까닭 없이 서글퍼지는 가을이 다가온다.

명당에서 인생의 배터리를 채우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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