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성학] 홀로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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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성학] 홀로된 여성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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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성학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홀로된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의 40대 남성들의 사망률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우리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한국 남자들은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자리잡고 한창 살 만한 시기인 40대에 죽는 사망률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남편의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홀로 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남성들을 병들어 죽게 하는 원인으로 치열한 경쟁과 생계 부양자로서의 부담, 성공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그리고 사회의 술 문화를 들고 있는데 주변에서 갑자기 쓰러진 분들을 보면서 그렇다는 수긍이 갈 때가 많다.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이 남편을 잃고 홀로 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극심한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불가에서 말한 애별리고(愛別離苦)가 인간의 원칙적인 여덟 가지 고통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으면서 정작 자기 앞에 닥쳤을 때에야 정말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중생이기도 하다. 어떤 분은 남편이 병석에 오래 누워 있었기 때문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해보니 마음의 고통이 덜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였다. 홀로 된 여성들이 경험한 남편 사망은 '순간 내 인생의 필름이 끊어지고 없는 것 같았다'라고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정신적 육체적 충격 때문에 시력과 청력이 흐려지며 방향 감각이 없어지는 등 한 여성의 삶에서 가장 깊은 절망, 좌절, 고통을 겪는다.
배우자를 잃은 고통은 남녀가 다를 바가 없겠지만 배우자 사망 이후의 삶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홀로 된 여성을 우리나라에서는 과부(寡婦)라고 비하하거나, 높여 부른다는 것이 '미망인(未亡人)'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말로 부른다. 남자의 존재만이 중요했던 부계중심의 전통사회에서 남편이 없는 과부는 사회에서 소외된 하찮은 존재로 치부하고 하시하였다. 또한 홀로 된 여성이 키우는 아이들까지도 '본데 없는 자식'으로 몰아세우기가 일쑤였다.
사전을 보면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을 가진 말이라고 되어있는데 여성 자신들의 경험속에서는 극한적인 슬픔속에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사회가 이 여성들을 '미망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생명부정적인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과부나 미망인이란 말 속에는 여성을 존엄한 한 인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남자중심으로 생각하고 남편에게 예속된 소유물로 보는 빗나간 고정관념이 은폐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얼마간 가신 뒤에 우리나라의 홀로된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람들 보기가 부끄럽다'는 묘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배우자가 갑자기 쓰러진 경우나 또는 발병하여 오랜 기간 동안 병수발을 했던 경우에도 다 같은 감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우리가 불행한 일을 당하면 누구나 죄책감을 경험하고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을 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왜 여성들은 배우자의 죽음이란 인생의 극한 상황속에서 '남보기 부끄럽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필자는 어릴 때 할머니들이 젊어서 홀로된 여성을 보고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고 흉보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하여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홀로된 여성들은 위로받고 삶의 용기를 얻어야 할 사람인데도 '팔자 센 여자'라느니 하며 오히려 희생자를 비난하는 버릇은 우리 모두가 고쳐야 할 못된 고정관념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남편의 질병과 사망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여성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묘한 관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듯하다.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의 이같은 왜곡된 가치관을 내면화한 결과 최선을 다해 간호하였지만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으로 남편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남보기 부끄럽다'는 고정관념의 틀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도 이 불가항력적인 사건 앞에서 세상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여성들과 선택의 여지없이 홀로된 여성들을 잔인한 말로 몰아부치거나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우리네 가부장적 가족제도나 고리타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불교에 귀의한 불자들은 이 경우 자칫 인과응보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풀어나가려고 할는지 모르겠다. 홀로된 여성이 전생에 남편과 그렇게 될 인연을 지었다라든가 그렇기 때문에 불행을 당하는 것이 짓고 받는 이치에 의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숙명론적 태도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유교적인 남존여비의 고정관념이든 불교적인 인과응보식 사고이든 관념의 틀에 매여 그 안에 있는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갈고 닦은 대자대비심이야말로 이 경우에 적용해볼 만한 가장 적절한 불공이 될 것 같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 불사에 동참하신 김재현 불자님께서 입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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