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현보살과 같은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以普賢行悟普提]"는 화엄경의 말씀과 같이 불교의 종교적 특성은 바로 실천 .수행에 있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단순히 관념으로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그 교설을 실천적이고 신앙적인 세계로 끌고나가 현실 생활 속에 살아있는 맥박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즉 교의적(敎義的).원리적(原理的)성격의 이론불교에서 신앙적.의례적(儀禮的)인 생활불교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활불교는 민간 속에 그 뿌리를 깊이 내릴 때 민속불교가 되기도 하여 기본 관념과 민족 관념이 내재되오 언제 어디서나 민족생활에 영입되는 것이다.
일찍이 불교는 이 땅에 들어와 우리 민족이 본래 갖고 있던 여러 가지 민속문화와 더불어 함께 공존하여 왔다. 우리 민족의 축제요, 놀이이며, 노동의례인 습속을 파괴시키거나 적대시하여 부정하지 않고 모두 포용하였다는 것은, 바로 미래 불교의 방향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다. 이토록 적극적으로 민중의 삶에 적응하여 그와 하나 되려는 노력[理解, 慈悲]이야말로 오늘의 불교가 지녀야할 자세라 하겠다.
그러나 불교를 더 이상 토속[aboriginal, 공간적으로 전 세계를 망라한다는 뜻이 아닌 土着의 국지성]이나 전통[traditional, 근대(modern)와는 상치되는 전근대(pre-modern)성]이라는 스스로의 굴레 속에 박제화 시키거나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변화하는 민중의 삶 속에 녹아 그들의 욕구[願望]에 응할 줄 아는 능동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의례(儀禮)의 형태를 지니고 실천되고 전승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객관적 구속적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문화현상으로 모든 계기가 소재에 있어 상호 연관적이어야 하며, 일회성(一回性)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반복함으로써 정형화(定形化)되며, 또한 관념 그 자체로서는 전승이 어려운 교리도 위례와의 결합으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보편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재가불자의 의례는 기도형(祈禱型)의례가 주종을 이루며 의례가 곧 수행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생활의례 가운데 통과의례를 중심으로 불자의 가정예법을 현대적으로 제시하여 본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쳐야 하는 많은 단계가 있고, 그것을 그 민족의 생활 감정과 연결시켜 형성되게 한 것이 통과의례이다. 특히 출생성년[현대적으로 본다면 학업을 마치고 사회의 일원으로 진출하는 취업의 시기로 볼 수도 있겠다.] 혼례 상례 등이 중요한 것으로 그 하나를 모두 깊은 종교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현대적 불교의례로 인연 지어야 한다.
이제 불자라면 누구나 친근하게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생활의식의 부분이 있어야 하며, 이의 실천은 생활속에 은은한 향 내음을 풍기는 것이요, 우리의 의식(意識) 깊숙이 불교가 뿌리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문화를 '길들여진 생활방식'이라 하기도 한다. 불교인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불교가 신도들의 길들이기를 거부하는 '자유'와 '깨침'의 종교라고 하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을 때 교단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보다 마음, 그리고 믿음과 정성이 어린 의례를 생각해 본다.
출산의례
한 생명의 탄생은 의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신비롭기 그지없는 것이다.
특히 불교에서는 인연의 도리를 소중히 여겨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지중하게 보았다. 부처님께서도 세 가지 인연이 모여야 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증일아함경 권 12. 삼보품]고 하시어 생명 탄생의 어려움을 설하고 계신다.
'칠성님께 점지받은 자식' '부처님께 공들여 얻은 아들'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 우리 조상님은 기도하여 아이를 가졌다. 이는 단순히 아이를 가질 욕심에서라기보다, 좀 더 훌륭하고 복스런 아이의 탄생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리라.
이렇게 기도하여 낳은 아이는 그야말로 그 집안에 초대받아 모셔진 생명인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보면 너무나 쉽게 잉태된 '원치 않는 자식' '어쩌다 태어난 자식'들이 태어나 가정과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생명 자체에 귀천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을 맞아들이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연으로 맺어지는 인연의 소중함과 그토록 어렵다는 인간의 몸을 받고 태어나는 생명의 존엄성과 존귀성에 새롭게 눈뜨자는 것이다.
불자들은 기도로써 새 생명을 모시고 축복해야 한다.
태어날 아기를 위한 가정 의례 기도
(1)입정
(2)삼귀의
(3)독경
(4)바라밀 염송
(5)발원
(6)회향
(7)사홍서원
아기를 갖기를 원하는 부부나 이미 태기가 있는 경우 올리는 의례이다.
가정에서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부부가 함께 혹은 산모가 혼자 기도를 올린다.
기도 장소를 특별하게 꾸밀 필요는 없으며 형편에 따라 부처님의 존상이나 향, 초를 준비한다. 그리고 경전을 놓을 정갈한 경상(經床)과 방석을 준비한다. 작은 목탁을 사용하거나 혹은 그냥 하여도 된다.
'출산의례'라는 말 자체가 생소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기 쑥스럽거나 시간의 여유가 없는 분들은 바로 입정하고 발원문을 읽는 것으로 줄여 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과 발원문 내용 등은 다음달 연재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고우익은 '50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동국대 불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종법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구 능인고등학교 교법사로 재직중이며 '발원문선집'등의 책을 펴내 불교의 대중화에 힘쏟고 있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 불사에 동참하신 황윤정 불자님께서 입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