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숨겨진 메세지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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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숨겨진 메세지를 찾아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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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마음이 가져온 기적
‘은유와 마음’ 프로그램에는 심리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참가하고 있다. 그들 역시 은유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방향성을 찾게 되었다. 코칭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는 A씨는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프로그램 안내를 보고 참가했다.
A씨는 직장에서 대인관계나 업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자기관리 방법을 지도하는 코칭 강사로서, 자신을 등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두운 바다에서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대처럼 자신의 일을 남을 위한 봉사로 여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은유하는 물건을 찾아오라고 했을 때,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왔다. 그 카메라로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다 찍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디지털카메라에 어떤 장면들이 찍혔는지 물어보자, 제주도의 노란 유채꽃밭과 파란 바다가 찍혀 있다고 대답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찬 그의 은유에는 어떤 심리적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디지털카메라 렌즈를 줌인하거나 줌아웃해서 사물 바라보기를 제안했다. 그의 카메라 렌즈에는 여전히 맑고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카메라 렌즈를 열고 하루 종일 있어보기를 주문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카메라 렌즈를 계속 열어두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렌즈 속으로 제주도 유채꽃밭이 들어오더니 점점 확장되어 제주도 앞바다가 들어왔다. 다시 태평양이 렌즈 속으로 들어오고 이어서 지구로 확장되더니, 마침내 전 우주가 카메라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제주도 앞바다를 담았던 카메라는 전 우주를 담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카메라 렌즈가 현실세계로부터 우주로 확장되는 것과 동시에, 의식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아름다운 장면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반응하던 카메라가 셔터를 정지시키고 렌즈를 열어놓자,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빨려 들어왔다. 다시 말하자면 의식이 완전히 수용적으로 열리자, 새로운 차원으로 고양된 것이다. 그것은 캔 윌버가 말한, 이른바 ‘우주적 의식’의 열림이었다.
등대라는 은유에서 디지털카메라라는 은유로의 단순한 전이였을 뿐인데 결과는 놀라웠다. 여러 사람들에게 은유를 적용해보았지만 이처럼 극적인 변화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은유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그가 오랫동안 봉사하는 마음으로 코칭 프로그램을 지도했던 게 하나의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미 정신적인 성숙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은유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타인을 위해 봉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성숙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해했다. 자신을 디지털카메라라고 상상하며, 일어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의식을 확장시켜 갔다. 그날의 경이로운 체험 이후,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 장면을 시각화했다. 시각화 훈련은 의식의 우주적 열림을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종강하는 날,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그는 얼마 전 예상치 않게 어느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신적 성숙뿐 아니라 현실적인 변화까지도 일어났음을 고백했다.
 
| 오죽烏竹과 녹음테이프
B씨의 경우, 자신이 선택한 은유들의 연관성을 이해함으로써 삶에 대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첫 번째로 그가 선택한 은유는 오죽烏竹이었다. 가늘지만 곧게 자라는 오죽처럼 세상 사람의 관심에 연연하지 않고 수행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텅 빈 오죽처럼 마음을 비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번째 선택한 은유는 카세트테이프 녹음기였다. 이 은유에서 첫 번째 은유를 통해 표현한 의지와 사뭇 다른 소원을 표시했다. B씨는 초기불교 교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보여주었다. 지금 녹음된 내용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불교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녹음테이프를 만들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다.
그는 그 테이프를 한 편이 아니라 20편 이상의 시리즈로 제작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마음의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소리를 담고 싶다는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 진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부를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려는 마음도 공존하고 있었다. 또한 될 수 있으면 내용을 압축하여 간단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은유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불안해했다. 이야기가 점점 깊은 무의식 속으로 나아가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의 은유는 왠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의 불안은 잘못 선택한 은유 때문이 아니라 선택한 은유 속에 뒤섞여있는 모순된 욕망들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녹음테이프에 어떤 소리를 담고 싶은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대나무 이야기로 돌아갔다. 대나무 속을 비우고 싶다고 한 이야기를 상기시킨 다음, 속이 비워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그는 대나무는 속이 비어야 소리가 잘 난다고 대답하면서, 속이 비면 더 많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유연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속을 비우려면 대나무를 굵게 만들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스스로 속을 닦아서 뱉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은 점점 정리되고 있었다.
 
| 연관 없는 두 사물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다
B씨가 갑자기 화제를 돌려 대나무 소리를 녹음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남의 음악을 듣고 있지만 장차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속을 비우면 장차 소리가 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소리가 나지 않아도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했다.
그는 속을 비우기 위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고집했기 때문에, 오죽헌으로 가서 다른 오죽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권했다. 다른 오죽과 함께 있는 것이 익숙지 않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나무는 특성상 무리지어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다른 오죽들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달랬다. 그는 망설였지만, 계속되는 요청에 못 이겨 다른 오죽과 이야기하기를 시도했다.
그 다음 모임에서 물었다. “다른 오죽은 어떻게 소리를 낸다고 합니까?” “자라온 환경이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속이 다듬어졌다고 하는군요.” 그는 다른 오죽들의 환대에 고무되어 자신이 오죽으로서 살아온 시간이 짧았음을 인정했고 그들의 도움을 구했다. 그가 다른 오죽과 나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홀로 자라는 대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는 테이프에 녹음된 소리를 듣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오죽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직 오죽은 아니지만 변신 중이니까 곧 그렇게 되겠지요. 어느 날 오죽헌에 가서 다른 오죽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원래 오죽이었다는 사실을. 오죽은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대가 굵거나 튼튼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늘고 속이 비어 더 잘 울린답니다. 오랫동안 갈망했던 것이 바로 대나무 속을 텅 비우는 일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언젠가 속이 텅 비워지면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낼 수 있겠지요. 그 소리로 테이프는 채워질 것입니다.”
이 대화를 통해 그는 비움과 채움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자신이 선택한 오죽과 카세트테이프 녹음기라는 두 개의 은유가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실은 ‘속을 비우면 비울수록 더 큰 울림을 갖는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사물을 선택했는데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라며 감탄했다.
프로그램을 끝내는 날, 그는 오죽과 녹음테이프 이야기를 통하여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길에 대하여 확실하게 비추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자기만의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여러 곳에 다니며 전해주고 싶고, 특히 대나무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지역에 가서 들려주고 싶다는 강력한 희망을 표시했다.
A씨와 B씨, 두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차원으로의 의식의 성장을 경험했다. 세계를 재구성하는 은유의 힘 덕분이다. 여러분도 자신의 은유를 잘 살펴보면 거기서 자기 삶에 주는 메시지와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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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상담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와 홍익대에서 학생들에게 미학을 가르치기도 하며, 최근에는 불교영어도서관에서 ‘은유와 마음’ 템플스쿨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스미스 칼리지에서 박사후 과정을 연수했다. 저서로 『선종과 송대 사대부의 예술정신』, 『미학의 역사(공저)』, 『세계불교사(공저)』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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