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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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시간
  • 관리자
  • 승인 200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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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부처님의 목소리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부처님과 함께 성장하였고 우리의 주변에는 부처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이 수 없이 흩어져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우리 생활 안팎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기로 한다.

고요한 밤의 시간
無碍 서돈각( 法博. 경북대학교 총장)

꿈 속에 보낸 몇 해,
깨어 보니 잠깐 일새
시간이 비록 한량없다 할지라도
다 모여 한 찰나에 있네

세월의 탓인가!
요즈음은 자주 깊이 혹은 얕게 나의 삶에 같이 했던 사람들의 부고를 받곤 한다. 바쁘게 생활의 시간에 매어 돌아가다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쩌지 못하고 세월의 순리대로 육십 고개에 이르른 이 범속한 중생도 급류보다 빠르다는 덧 없는 세월과 인연대로 만났다 헤어짐이 흡사 파도와 같이 허무하다는 중생의 길이 다가옴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다. 슬픔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허탈함-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잠 없는 밤이 자주 있다. 주위가 고요한 뜨락에 내려서면 잊었던, 아니 생활에 쫓겨 잊어버릴 뻔하였던 삶에 대한 의문이 한층 다가서는 것이다.
사람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몸과 이미 세상을 다리 한 그네들은 어디서 왔는가? 그네들은 하나의 상념처럼, 추억처럼 내게는 머물지만 다들 어디에 있는가? 아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진실로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처럼 온 밤을 혼자만이 갖게 되는 날이면 더욱 깊어지는 회의는 밤이어서만도, 요즈음 흔한 친구들의 부고장 탓만도, 나이 탓만도 아닌 중생의 외로운 자리임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싸한 밤공기와는 달리 답답해져 오는 심사, 이리저리 뜰을 거닐며 똑딱이는 시계추 소리. 어디선지 드려오는 수돗물 흐르는 소리, 때로 자동차의 소음, 이런 생활의 소리와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있음을 확인해 보려고 하지만-.
아니다. 진실한 소리는 그게 아니다.
佛與一音 演說法 衆生類各得解

이라 부처님은 한 가지 음성으로써 진리를 말씀하시는데, 중생이 각자 그 처지에 따라 알아듣는다는 진리 그대로 고개를 들면, 늘 있는 하늘, 늘 함께 하는 밤들, 숱한 날들을 숱하게 빛나는 별빛- 온 삼라만상에 가득한 그 분의 미소와 소리 없는 그 분의 말씀이 마음을 울린다. 하나 안에 모든 것이, 모든 것 안에 하나가 있다. 하나가 곧 모든 것이요, 모든 것이 곧 하나이다.( 一中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華嚴經) 라는 그 분의 소리 없는 말씀이 들린다. 영원한 삼매의 소리, 원음(圓音)은 무음(無音)이라 하였다.
이 밤에 나는 조용히 마음을 멈추어 진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생활을 해야 함을 ,주어진 나의 삶을 더욱 사랑하고 모든 인연에 감사해야 함을 확인하며, 내일은 출근을 좀 더 일찍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할 일이 많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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