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경전말씀
어느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남쪽 산인 에카사라 마을에
머물고 계셨다. 그 마을은 어떤 바라문의 소유였으며 때마침 씨를
뿌리는 계절이었다. 어느날 아침에 부처님은 의발을 단정히 하고
탁발하기 위해 그 바라문집에 섰다. 마침 그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탁발하는 모습을 보자 성큼성큼 다가와서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내 스스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식량을 얻고
있소. 당신고 스스로 밭을 갈고 씨를 뿌려 식량을 얻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선뜻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양식을 얻는다오.”
그 말을 들은 바라문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가만히 부처님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이윽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물론 그 누구도 당신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소. 도대체 당신의 쟁기는 어디 있소?
당신의 소는 어디 있소. 당신은 무슨 새를 뿌리오.”
그때 부처님께서 그 바라문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조용히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앗이요, 지혜는 내가 밭을
가는 쟁기로다. 신구의(身口意)의 악업을 제어함은 내 밭에 있는
풀을 제거하는 것일세. 정진은 내가 부리는 소로서 나아가
물러서지 않으며, 행한 일은 슬퍼하지 않으며 나를 편안한
마음으로 데려간다오.”
-상응부경전 7,11. 잡아함부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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