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산책] 40. 불창(佛窓)
불교문화 산책40-그림자 부처님
Ⅰ. 변화신(變化身)과 응신
중생에게 화현(化現)하는 부처님의 모습 가운데 응신(應身)이 있다. 범어로 니르마나카야(Nirmanakaya)라 하는데, 3신 혹은 4신의 하나로 중생을 교화하려는 부처님이 중생과 같은 몸을 나타내는 몸이라 한다. 이 응신불이 거주하는 곳을 따로 응신토(應身土)라고 한다.
사후세계에서 고통 없는 무량한 인생을 계속 누린다고 하여 아미타불을 모시는 불전을 무량수전, 극락전이라 하는데, 『법화경』, 『화엄경』 등의 삼신불사상에 의하면 우주의 근원이 되는 법신에서 만물이 생장한다.
아미타불 보신은 비로자나불 법신의 과보로 태어났고, 석가모니불 화신은 법신불의 변화신이라는 개념이 성립되니, 법신·보신·화신은 근본은 하나이면서도 여러 개의 형상으로 나타났을 뿐이며 아미타불과 석가모니불도 차별할 수 없는 법신의 상(相)이고 용(用)일 뿐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중생마다 부처님의 모습은 처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Ⅱ. 불창의 정의
다포계(多包系) 건축물에는 창방(昌枋) 위 주두(柱頭) 사이로 마치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 형태의 공간이 있다. 이른바 공포벽화불( 包壁畵佛)로 불리는 곳인데, 이곳에 좌불(坐佛) 벽화를 그리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사원건축에서는 별도로 불창(佛窓)으로 불린다.
다포계 건축물이 건축되기 시작한 것이 고려 시대로 알려져 있으니, 그 이전의 양상은 알 수 없으나 불창은 원래 열려진 창(窓)과 같은 기능을 하였다. 현재도 동남 아시아의 사찰을 방문해 보면 지붕과 벽체 사이가 개방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귤화위지(橘化爲枳) 라는 말이 있다.
불상 역시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남방식 복제가 추운 중국 기후와, 신체를 드러내기 꺼리는 관습이 반영된 두터운 통견식으로 바뀐 것과 같이 불창 역시 초기에는 개방되어 있다가 점차 폐쇄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부석사 안양루와 같이 누(樓) 건물의 경우 벽면이 개방되는 특징 때문에 일부 옛 전통이 잔존하고 있으나, 그 외 사찰에서도 실내·외에 벽을 막아 부처님을 그리는 변형된 불창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Ⅲ. 그림자 부처님을 뵙는 길
수년 전 부석사를 방문한 일이 있다. 평지사찰과 달리 산지사찰의 매력은 일주문을 통과한 후 거치게 되는 산행에 묘미가 있다. 멀리서 안양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흰옷을 입은 인형(人形)들이 앉아 있는 착각이 들곤 한다. 불창은 대부분의 사찰 건축에서 찾을 수 있으나 그 백미는 부석사 안양루에 있다. 먹물옷이 아닌 계절마다 자연이 염색한 옷을 입은 부처님을 뵙고자 한다면 부석사를 찾아 보자.
안양루는 무량수전 앞마당 끝에 놓인 누각이다. 정측면 각 3,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로 무량수전과 함께 중심영역을 이루고 있다. 위쪽과 아래쪽에 달린 편액이 서로 다른데, 난간 아랫부분에 걸린 편액은 ‘안양문’이라 되어 있고 위층 마당 쪽에는 ‘안양루’라고 씌어 있다. ‘안양(安養)’은 극락이므로 안양문은 극락 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상징한다.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면 바로 극락인 무량수전이 위치한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양루의 불창은 극락전 아미타 부처님의 다양한 응신, 화신인 것이다. 안양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내 여러 건물들의 지붕과 멀리 소백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석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이다. 용문사 대장전은 조선 현종 11년(1670), 신륵사 조사당은 고려 말 축조로 알려져 있어 14세기 이전에는 현재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불창의 형식이 완성된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 사찰에는 이렇게 작은 아름다움이 수없이 감추어져 있다. 아울러 불창 좌우 공포 사이로 용(龍), 코끼리(象), 연꽃 등을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이것은 실내 닫집과 같이 극락정토를 화려하게 묘사한 것이며 불창이 삼신불 등 여러 부처님 각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Ⅳ. 내 안의 깨달음
우리가 사찰을 찾는 것은 그 곳에 부처님이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 내 본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부석사를 찾으면서 뵌 그림자 부처님. 앎과 깨달음은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을 지닌다. 화려하게 치장된 불상보다 구멍 뚫린 벽면의 소박한 부처님 모습에서 참 나를 찾고자 한다면 필자의 과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