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普賢 님께 질문드립니다.--부부 간의 악연(?)에 관하여

2004-08-05     관리자

[질문]普賢 님께 질문드립니다.--부부 간의 악연(?)에 관하여


普賢 님께서 애욕이 강한 만남은 악연일 가능성이 많다고 하셨는데
이미 그 악연으로 만나 결혼까지 한 경우에 어떻게 하여야 그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요?
가끔은 좋다가도 가끔은 웬수같고, 그럴때 우리가 악연이지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하여야 지혜롭게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요?

또, 지금 최-조 커플의 경우는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 건가요?

--- 이상은 최 진실, 조 성민 부부의 비극을 보신 어느 불자님이 보내신 질문입니다.
다음은 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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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그렇습니다.
애욕에 의한 만남은 좋은 인연이라기보다 악연이 많습니다. 흔히 남녀 사이가 애욕이 없는 경우가 어딨는가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남녀 만남에는 필연코 괴로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실지로 애욕을 떠난 남녀의 만남은 분명히 있고, 그리고 그렇게 만난 인연은 진정 좋은 인연이 됩니다(대표적인 것이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인연입니다. 그리고 이런 혈연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조금만 눈을 뜨면 애욕을 떠난 분들의 만남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찾아보시지요...*^*^*).



그러면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악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번 글에서 대강의 윤곽은 말씀 드렸는데, 다시 질문하시니 좀더 자세히 말씀드립니다.



첫째, 인연의 덧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諸行無常, 諸法無我)은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좋은 인연도 내일의 악연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악연도 내일은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이런 이유로 불교에서는 선도 악도 본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덧없는 인연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은 비록 악연이지만, 악업도 선업도 다 내가 지은 것! 그러니 인연이 다하면 이 괴로움도 다할 것이니 더 이상 과거의 인연에 구애받지 말자! 과거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부터 새로운 인연을 지어나가자! 이렇게 마음먹는 것입니다.


둘째,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지난 번 말씀처럼 만나지 않을 인연이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빚이든 원수든 만나야 할 인연이 만나 부부를 이룬 것입니다. 사랑한다고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부부 인연이 있어야 부부가 됩니다. 인연이 없으면 결코 부부로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나의 배우자는 좋든 싫든 부부가 될 인연을 맺었기에 부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헤어지면 도중하차하는 격이 됩니다. 그리고 금생에 서로 갚아야 할 인연을 금생에 갚지 못하면 다음 생에는 이자를 쳐서 더 험한 부부로 만나게 됩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지금도 보기 싫은데(?) 다음 생엔 더 험한 관계로 만나다니!...


실지로 종종 신문에 보도되는 아내를 죽이는 남편, 남편을 죽이는 아내 이야기는 밝은 눈으로 보면 지난 생에 갚지 못한 은원(恩怨)이 이자를 쳐서 금생에 그런 끔찍한 비극으로 나타난 과보 중의 하나입니다.



셋째,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듯, 내 팔자도 기막히지만 내 배우자의 팔자도 그 쪽에서 생각하면 또한 기가 막힌 것입니다. 나 같은 배우자를 안 만났더라면 어찌 저 분이 그리도 몹쓸 인간이 되었겠습니까? 저 분도 착한 사람이고 다른 뜻이 없는 평범한 분인데, 어쩌다 나 같은 배우자를 만나 저렇게 마음 고생하는 것인지...


이런 연민의 마음은 밖으로 치솟기만 하던 나의 마음을 한없이 겸허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배우자에게도 전해져, 서로 솟아오르기만 하던 불길을 점점 사그라 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자비무적(慈悲無敵)'이라 말합니다.
모든 사물을 '자비'로 대할 때, '연민의 마음'이 가득 할 때, 이 세상 누구도 미워할 사람이 없고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습니다. 나는 피해자이고 내 배우자는 가해자라고 생각할 때는 섭섭함이 그지없지만, 나 역시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임을 안다면 뭐 그리 당당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넷째, 감사의 마음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지금까지 허기져 가기만 하던 나의 마음을 일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합니다. 내 마음을 관용과 긍정, 그리고 환희와 찬탄으로 가득 채워 줍니다. 그래서 모든 성자들은 '감사하라, 고마워 하라!' 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진정한 감사는 감사할 일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하지 않을 일에조차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감사입니다. 나를 죽여도 '나는 감사한 것'입니다.


내가 오늘 손님도 없어 돈도 못 벌고 남편, 아내는 집안을 돌보지도 않고 자식들은 그저 애를 먹이기만 하더라도 오늘 이 하루는 은혜의 하루요, 비가 억수같이 퍼붓더라도 이 아침 이 햇살은 눈부신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지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됩니다.
오늘 이 만남이 우연이 아닌 것을! 겉보기에는 그냥 만나고 차마 만나지 말아야 할 그런 만남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까마득히 먼 옛날 애타게 사랑하다 헤어졌고 한없는 오랜 세월을 기다리다 금생에야 만난 것을! 그리고 이루지 못한 부부의 연을 이제야 겨우 이룬 것을...


그렇게 알고(信解) 그렇게 보게 되면(行) 어느 사이엔가 구름은 걷히고 없습니다.
무명의 구름은 걷히고, 마음의 밝은 달이 추석날 대보름처럼 하늘 높이 떠 오르게 됩니다.


비록 아직도 인연의 그늘은 깊어 오늘도 어제같이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지만, 어느새 내 마음엔 그늘이 없고 앙금이 남지 않습니다. 그저 저 사람이 딱하고 가여울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두고 언제부터인지 남들은 '잉꼬 부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악연의 부부'가 '천생연분, 잉꼬 부부'가 되는 것입니다.


글이란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어 오늘은 이 정도로 그칩니다.
부디 밝은 마음 내시어, 밝은 하루 하루 만들어 가시옵기 발원...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시아본사아미타불



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