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과 불교, 그리고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붓다빅퀘스천 36]

2024-08-20     불광미디어

 

붓다빅퀘스천 36 서양현대철학과 불교를 주제로 열린 강연입니다. 이진경 교수는 프랑스의 질 들뢰즈의 철학과 불교의 무상, 고 , 무아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이진경 교수는 들뢰즈가 선불교를 높이 평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1대1로 들뢰즈의 철학과 불교를 함께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함께 비교하지 않더라도 두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진경 교수는 들뢰즈가 서양철학 전반을 아우르던 동일성의 철학에서 차이의 철학으로 한걸음 나아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동일성의 철학이란 자아라는 개념을 낳는 기본 개념이고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은 자아를 구성하는 동일성에서 나아가 생성과 변이의 관계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전복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진경 교수는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의 첫 시를 인용하며 강의를 마칩니다.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중략)

영리한 짐승들은 해석된 세계 속에서 사는 우리가 마음 편치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어 날마다 볼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건 어제의 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습관의 뒤틀린 맹종. 그것은 남아 떠나지 않았다.

오 그리고 밤, 밤, 우주로 가득 찬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먹어 들어가면, 누구에겐들 밤만이 남지 않으랴. 그토록 그리워하던 밤.

쓸쓸한 이의 가슴 앞에 힘겹게 서 있는, 약간의 환멸을 느끼는 밤. 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 쉬울까?

아, 그들은 그저 몸을 합쳐 그들의 운명을 가리고 있구나.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향해 한 아름 네 공허를 던지라.

그러면 새들은 더욱 당차게 날갯짓 하며 넓어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이진경,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과 불교, 그리고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붓다빅퀘스천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