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메신저, 저승사자] 절집에 사는 저승의 심부름꾼, 사자使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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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사찰의 명부전이라 해도 그 안에 저승사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시왕들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는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달리기 편하게 종아리에는 각반을 찼고 옷은 날리지 않게 허리춤을 묶었다. 손에는 용머리 도끼나 횃불이나 칼 등을 들었다. 머리에는 양쪽으로 뿔이 솟은 것 같은 두건을 쓰고 있다. 조각승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기본 정보를 조합하면 사자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본문은 시대순으로 놓으려 했다. 다만 미황사 명부전은 자료로 드러나지는 않아 뒤에 실었다. 언젠가 꼭 한 번 만나게 될 그들을 이제라도 제대로 봐 둬야겠다.
무량사 명부전 사자들(충청남도 유형문화재)
부여 무량사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을 비롯해 23구의 불상이 봉안돼 있다. 지장보살좌상을 비롯한 존상들 모두 허리가 잘록하고 길다. 시왕들은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의자에 정면을 향해 반듯이 앉아 있다. 부처님 우측에 자리한 사자가 손에 든 것의 정체는 알 수 없다.
복장물 기록에 따르면 지장보살 권속들은 1640년경 의엄 스님이 이끄는 스님들이 조성했다. 무량사 이후로 의엄 스님의 이름이 보이지는 않지만, 보조승으로 운혜 스님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아 16세기 초 대표 조각승이던 수연 스님의 문하승으로 보인다. 두 사자 모두 조각이 화려하다.
다보사 명부전 사자(전라남도 유형문화재)
나주 다보사는 원효 스님이 창건하고 보조 지눌 스님이 중건했으며 서산대사가 중창했다. 현대에는 전강 스님과 상좌인 송담 스님, 그리고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이 공부한 곳이다. 명부전 권속은 조각승인 지견 스님이 1657년에 조성했다. 수미단은 화려하고 사자는 동적이고 지물도 이채롭다.
쌍봉사 지장전 사자(보물)
화순 쌍봉사 <목조지장보살좌상> 권속은 조각승 운혜 스님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얼굴은 원만하고 풍채는 당당하며 허리는 곧다. 옷매무새는 간결하고 흘러내린 끝이 두툼하다. 간결하고 절제된 솜씨가 담백하다. 색은 벗겨지고 변했으나 운혜 스님만큼 잘 표현할 장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덕림사 명부전 사자(보물)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좌상> 권속은 17세기 후반 대표 조각승인 색난 스님이 조성한 불상들이다. 권속들이 조성된 1680년은 색난 스님이 스님들을 이끌기 시작한 시기로 스님의 힘찬 기운이 불상들에도 잘 드러난다. 큰 얼굴에 두툼한 다리, 그리고 살짝 구부린 무릎이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것처럼 보인다.
덕림사는 광주에서 유일한 선운사 말사다.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좌상> 권속은 일명 ‘불사신’으로 불린다. 권속이 조성된 이후 여러 차례의 화마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림사에 봉안되기까지 최초 화순 남면의 영봉사를 시작으로 유마사·대원사를 거쳤다.
지장보살 좌대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김룡사 명부전 사자(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문경 김룡사 명부전 <지살보살좌상> 권속은 총 21구다. 무독귀왕 복장물 기록에 따르면 영유와 탁밀 스님이 조성에 참여했다. 예천 용문사 시왕상과 비슷한 양식을 보여 용문사 조성에 참여한 단응 스님 계보의 스님들이 조성한 것으로 본다.
명부전 권속은 1714년에 조성이 됐다. 지장보살의 특징은 두툼하고 긴 귓불이다. 지장보살의 협시인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의 옷 끝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게 아니라, 말아 올려서 합장한 손과 삼각형을 이룬다. 용문사 불상 또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명부전과 나란히 있는 동당은 성철 스님이 수행하던 곳이다.
백련사 명부전 사자
강진 백련사는 1760년 대화재로 모든 전각이 소실됐다. 명부전 권속은 1766년 다시 지어질 무렵 봉안된 것으로 본다. 17세기 중후반에 걸쳐 많은 명부전 시왕이 조성된 데 반해 18세기 후반에는 불상 등의 조성이 희소하다. 백련사 명부전 불상은 조선의 조각승 맥을 잇는 사료로 가치가 높다.
대승사 명부전 사자
문경 대승사 명부전 권속 또한 용문사 조각에 참여했던 단응 스님 계열의 스님이 조성한 것으로 본다. 대웅전의 후불 목각탱 조성을 단응 스님이 관여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양식적 특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무량수전에 봉안됐던 <후불지장탱화>가 명부전에 봉안돼 있다. 명부전 좌우측 외부 판벽에는 인왕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미황사 명부전 사자(전라남도 유형문화재)
해남 미황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좌상>은 둥근 얼굴에 입술 양 끝을 살짝 들어가게 하여 볼을 도톰하게 살렸다. 귀걸이 장식은 쌍봉사 <목조지장보살좌상>과 비슷하다. 옷자락은 여러 번 접힌 옷 주름을 부챗살처럼 넓게 펼쳤다.
다만 부챗살처럼 넓게 펼쳐진 옷 끝이 쌍봉사 <목조지장보살좌상>과 같이 뭉툭하고 두껍게 처리되지 않았다. 미황사 명부전 권속이 놀라운 것은 누가 조성했는가 보다, 완전한 편제를 이루고 있는 규모다. <목조지장보살좌상>을 포함해 모두 36구다. 많은 식구에 밀린 사자들은 권속들의 뒤편에 서 있다.
글·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