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마하야나(27) 명상과 고요함

2023-11-08     현안스님
사진제공: 현안스님. 사진명: 안성 참선마을(활인선원)의 대웅전

 

 

명상은 고요함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보통 여러분은 깨어있는 순간에 늘 움직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반대로 명상은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고요함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요함에 대한 이점이 뭘까요? 어째서 요즘 많은 이들이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걸까요?


여러분은 격투나 복싱 경기를 본 적 있나요? 보통 뛰어난 선수는 상대가 움직이기 전까지 가만히 있습니다. 보통 뛰어난 선수는 링의 중심에서 링을 컨트롤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주위에서 빙빙 돌던지 말던지, 방향만 전환합니다. 그것이 바로 “고요함” 대 “움직임”입니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늘 상대방에게 자신을 노출시킵니다.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균형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요함이 움직임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에서도 먼저 공격하는 쪽이 패배할 확률도 높습니다.

 

선(禪)이 바로 여러분을 고요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을 멈추기 위해서 명상을 배웁니다. 마음이 더 고요해질수록, 여러분은 더 빠르고, 명료하고, 강해집니다. 고요할 때에 비로소 더 빨라집니다. 아주 빠릅니다.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보다 훨씬 빠릅니다. 고요한 상태라면 상대가 공격해오는 것을 훨씬 더 빨리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때리기 전 먼저 여러분이 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몸은 고요한데, 마음은 움직일 수 있을까요? 마음은 움직이고 있는데, 몸은 고요할 수 있을까요? 만약 여러분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면, 그런데 몸은 고요하다면, 그런 몸이 고요한 상태는 오래 유지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먼저 몸을 고요하게 만들면, 몸이 오랫동안 고요하면, 마음도 스스로 고요해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선 명상의 비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러분에게 우선 앉아서 몸을 멈추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은 그런걸 싫어합니다. 마음은 계속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지치고, 몸과 함께 스스로 고요해질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앉아서 하는 명상 즉 좌선이 좀 더 효과적인 수행법입니다. 명상 중 가장 강력한 형태는 좌선입니다.
그래서 명상은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몸을 다스려서 잘 앉을 수 있게 되고, 육체적인 통증과 불편함은 극복하더라도, 마음을 여전히 떠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시끄러운 생각들을 모두 떨쳐내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그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은 생각하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뭘 해야할지, 아침으로 뭘 먹어야할지 등 마음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이렇게 우리는 쉬지 않고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합니다. 우리는 명상을 지도할 때, 사람들에게 배꼽 부위 즉 단전에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게 여러분이 생각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지점으로 천천히 갈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안성 참선마을(활인선원) 사진제공. 금강스님

 

여러분에게는 좋은 명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좋은 명상 지도자라면 자유자재로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좋은 명상 지도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명상의 목표입니다. 명상을 배운다면 여러분은 그 지점까지 훈련하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겁니다. 원하는대로 마음을 멈추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