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어려운 그 일을 해냈지 말입니다!
똥 모양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 모양 똥. 사람들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어느 쪽을 고를까요. 맛이나 식용 가능 여부에 기준을 두는 사람은 전자를 고를 것이고, 멋이나 외적인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사람은 후자를 고를 겁니다. 인류와 예술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 내용과 형식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하다가 조금 엉뚱한 상상을 해 봤습니다.
“형식은 내용의 일종이고 내용은 형식의 한 측면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수전 손택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내용과 형식은 하나가 만족되면 하나가 불만족되는 물과 기름의 관계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사물(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니까요. 그럼에도 미술, 문학, 건축, 음악, 심지어 음식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든 온갖 것들을 둘러싸고 내용과 형식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어 온 건 왜일까요? 아마도 인간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가 ‘몹시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선택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완벽할 수 없다면 하나라도 잘해보자, 그런데 둘 중에 뭐가 더 중요하지?’
수시로 이런 고민을 하면서 번뇌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번역가들입니다. 완전히 다른 표기와 발음,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가진 두 언어를 완벽히 일치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서 매번 내용의 적확성과 형식의 완성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게 번역가의 업(業)입니다. 이번에 이중표 교수의 《담마빠다》를 편집하면서 그런 고심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 읽으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되는 빠알리어 원문을 우리말로도 노래할 수 있도록 운율을 살리고, 그러면서 본래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옮기는 작업은 그야말로 내용과 형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였습니다. 결과는? Amazing! ‘몹시 어려운’ 그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담마빠다》는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가장 오래된 경전입니다. 빠알리어로 쓰인 423개의 짧은 게송 모음이지요. 그동안 우리말로 많이 번역되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한쪽에 치우친 결과물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번역 자체의 오류와 왜곡도 상당했고요. 이에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석학 이중표 교수가 기존 번역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빠알리어 원문과 사전을 샅샅이 뒤져 단어의 용례를 확인한 다음 원문에 가까운 우리말 번역본을 새롭게 출간했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말 《담마빠다》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책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은 불교의 고전을 꼽으라면 단연 《담마빠다》가 첫 손에 꼽힐 겁니다. 또 생전 법정 스님은 《담마빠다》를 곁에 두고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주 펼쳐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보편적인 진리, 삶에 귀감이 되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는 뜻이겠지요. 세상에는 책이 많고도 많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불경(佛經)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 중에 딱 하나, 부처님의 순수한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고자 한다면 망설임 없이 《담마빠다》를 펼쳐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장 적확하고 바르게, 원전에 가깝게 《담마빠다》를 읽고 싶다면, 이중표 교수가 옮긴 이 책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