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지난 연말 많은 사람에게 응원이 되었지요. 저도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새해의 다짐을 굳히..진 않았고, 그 당시에 한창 번역을 검토 중이던 이 책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지지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로라는 건 마땅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이 책은 위로에 관한 책인 동시에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한가득 품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편집을 진행하고 원고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서, 더 마음에 와닿은 말이 있습니다. 연예인 박명수 씨의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란 말이요.
“왜냐하면 우리 일반 사람들은 꺾일 일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이 꺾이지 않냐. 그렇다고 안 할 거냐?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1)
그의 평소 캐릭터대로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지만, 공감이 되지 않나요? 하루에도 수십 번 휘고 꺾이는 마음을 ‘앗, 부서졌네~’ 하고 버리고 갈 순 없으니까 말입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다는데, 깨진 마음이라도 모아쥐고 뚜벅뚜벅 걸어가야지요.
그리고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슬프고 괴로울 일은 무수히 많지요.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고통도, 다가오는 죽음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죠. 중요한 것은 슬픔과 괴로움의 무게에 휘어지고 꺾일지언정 어쨌든 계속해서 살아갈 의욕을 놓지 않도록 해주는 위로입니다. 그 위로는 손을 잡아주고 널 위해 여기 있겠다 전해오는 누군가의 존재일수도, 귓가에 맴도는 어느 노래의 한 구절일 수도, 유난히 아름다운 어느 저녁의 노을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30년 가까이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환자들을 만나고 떠나보낸 사람이고, 그 자신도 폐암으로 항암 치료를 견뎌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파리 테러로 자녀를 잃은 어느 어머니의 편지를 계기로 위로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파고들기 시작한 그는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수많은 이들이 가까운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그 중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위로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붕대를 감아주는 행위이고, 위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기댐으로써 공동체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요.
한 인터뷰에서 본 저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접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힘들고 외로운 순간 계속 나아가도록 도와줄 위로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미 가지고 계실지도요.
“누구에게나 위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위로는 현실의 폭력과 마주한 우리가 공포나 비탄,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작은 공기주머니에요. 이렇게 사소하고도 자잘한 위로들이 없다면, 삶은 훨씬 위태롭겠지요.” 2)
1) 이연실, “박명수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중꺾그마", 전민기 "봄노래 1위 방탄소년단의 '봄날'" (라디오쇼)”, 2023/03/24, iMBC 연예, https://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377112
2) Sophie Carquain, “Christophe André : "La consolation est une petite réserve d'oxygène qui nous permet de ne pas sombrer"”, 2022/01/23, Madame Figaro, https://madame.lefigaro.fr/bien-etre/christophe-andre-la-consolation-est-une-petite-reserve-doxygene-qui-nous-permet-de-ne-pas-sombrer-140122-210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