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상반에 젊은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 꽤 여러명이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30대 중반의 한 직장인 학생과 이런 대화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뭐예요?”
학생이 답했습니다.
“글쎄요. 별로 그런 건 크게 없어요.”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리 아프고 어려운 결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그때 나는 아직 이 학생은 왜 명상하는지 명확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에 힘든 일이나 괴로운 것도 없이 이렇게 아프고 힘든 방법으로 명상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그런데 몇일 뒤 그녀가 퇴근 후 절에 왔습니다.
“스님, 생각해보니까 제가 마음이 힘든 게 많더라고요”
“아니. 왜?”
“생각해보니까 제가 사람들하고 부딪히는 걸 피하더라고요.”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실 그녀는 예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여러 스님들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법문에서 “좋은 마음을 내야 한다”, “생각하는 것도 업이고, 입으로 말하는 것도 업이 될 수 있다”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가르침에 따라서 살려고 노력해왔다고 했습니다. 늘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이랬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마음에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나는 왜 좋은 마음을 못 낼까', '나는 왜 그릇이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배운대로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저 사람은 왜 그럴까', '저건 잘못된 건데'라는 생각이 올라올때마다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게 할 것 같은 상황이나 사람은 미리 피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행동과 말을 단속하려 노력하고, 생각도 단속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살다보니 익숙해져서 문제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우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내면을 들여다보니 스스로 착한 사람이어야 하고, 너무 노력하는 게 끊임없는 괴로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매일 결가부좌로 앉아서 열심히 명상을 했다는 점입니다. 명상반 학생들 중에서는 처음부터 “스님 저는 이런 이런 문제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스스로를 괴롭히는 문제를 명료히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는 보는게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조언해주었습니다. 만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우선 마음속에 선과 악이 모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 악한 마음,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 학생도 명상의 과정이 어쩔땐 힘들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줬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아주 힘들게 하는 사람, 너무 악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 등 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들, 회사동료들, 친척들 중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충돌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우리 동양인들은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추구합니다. 겉으로 예의를 차리고,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을 매우 꺼리고 번뇌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로 인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면, 명상하십시오.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차라리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를 다듬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세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고 피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분명히 오해하고 기분이 상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제 은사 스님인 영화 스님은 늘 우리에게 “Be true to yourself!”라고 말해줍니다. 우선 스스로 진실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원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명상을 통해서 꿰뚫고 버릴 수 있습니다. 명상이란 타인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나의 잘못된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는 반드시 명상이 필요합니다. 원치 않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명상해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부정적이고 싫은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조금씩 제거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여러분은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