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동(動)과 정(靜)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65)]
많은 사람이 명상이나 불교 수행에 관한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면 좋은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선 수행은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 수행은 알아차리는 겁니다. 수행하면 자연스레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나 토론을 합니다. 깨달음과 불교 수행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지 이야기하고, 수행해서 불성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게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수행하는 데 그런 이야기는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르게 수행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에 거기 도달할 겁니다. 예로 계속 동쪽으로 나아가면 언젠가 동해안에 도달할 겁니다. 명상도 그렇습니다. 수행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적절한 기술을 쓴다면,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겁니다. 불교가 얼마나 위대한지, 참선이 얼마나 멋진지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곳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거기 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선 수행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우리 세상의 성품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겁니다. 거기엔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바로 동(動, 움직임)과 정(靜, 고요함)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우리의 삶은 ‘동’과 ‘정’ 둘 중 하나로 되어있습니다. 예로 옆에서 갑자기 아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것이 바로 ‘동’, 즉 움직임입니다. 그러면 보통 어떻게 하나요? 그 움직임에 따라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 걱정으로 그 움직임에 응합니다.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다면 어떤가요? 그래서 어떤 존재의 본질은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도 달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는 도심의 한복판에 있을 때, 거대한 고층 빌딩과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바뀌면 많은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강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면 여러분도 함께 밀려나서 딸려갑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선 우리에겐 통제권이 없습니다. 통제할 수 없다면 그땐 따라서 움직이는 게 더 현명한 대응입니다. 저항하면, 그 흐름 속에서 우린 짓밟혀버립니다. 그러면 우린 다치게 됩니다. 그런 게 움직임에 움직임으로 반응하는 겁니다. 흐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그 흐름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엔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예로 1대1인 경우, 힘이 동등하다면 그렇습니다. 무술 시합할 때,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집니다. 복싱할 때도 그렇습니다. 아주 유명한 복싱선수인 모하메드 알리가 그랬습니다. 상대는 그의 주위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데, 알리는 최소한만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싸움을 걸며 포즈를 취하면, 당신은 마음에 갈등이 일어날 겁니다. 이기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고요함”입니다. 그게 명상입니다. 그게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입니다. 그런 게 알아차림입니다. 정(靜)은 결국 동(動)을 이깁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결국 기력이 떨어집니다. 움직이던 것들이 기력이 다하면 취약해집니다. 상대가 싸우게 놔두고, 움직이게 내버려두면 됩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지칩니다. 그때가 바로 그들을 죽일 때입니다.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선(禪)에서는 그것이 먼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달마대사가 선을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했습니다. 선화 상인도 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첫 번째 것이 그런 것입니다. 달마대사도 중국에서 그걸 가르쳤고, 선화상인도 미국에서 그걸 가르쳤습니다. 싸우지 말라[不爭]고 하셨습니다. 이기고 싶다면, 당신이 우월한 사람이라면 싸우지 않습니다. 거기서 우린 통제력을 배우고,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웁니다. 선 수행이란 삶과 죽음의 싸움, 어둠과 빛의 싸움, 선과 악의 싸움에서 이기는 일입니다. 선 수행은 현실입니다.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을 배우는 게 시간 낭비가 될 것입니다.
참고 법문: 영화 스님의 ‘팔풍, 방귀 뿡뿡(8 Winds-Fart Fart)’(2014년 4월 19일)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