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인생의 차이 만드는 명상, 자기 힘으로”
우리는 여러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가족, 직장, 친구, 연인 등 관계가 만드는 긴장은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대개 술, 뒷담화 등 외적인 대상에 잠깐 의존해서 긴장을 낮추지만, 삶은 계속되고 사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기에 긴장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진 힘으로 내릴 수 있다.
명상하는 작가, 여성들의 워너비로 불리는 곽정은 메디테이션 랩 대표는 이 긴장을 낮추고 느슨하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알아가고 있다. 스스로 이 길을 확신하고 전심전력 중이었다. 2016년 상처를 안고 찾아간 인도 첸나이의 명상학교에서 처음 명상을 접한 뒤 인생의 새 여정을 열었다. 인도 오앤오 아카데미에서 명상 지도자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런 그가 대중 앞에 나섰다. ‘2022 서울 국제불교박람회’ 행사 중 하나로 9월 17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내면 평화 프로젝트’에서다. 가만히 앉은 그는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부처님은 이미 2,500년 전에 이미 다 끝내고 가셨어요. 마음은 자신이 가진 본래 힘으로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뒤늦게 한 공부이지만 이 말씀에 완전 감동, 동의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 스스로 등불이 되고 자신을 등불 삼아 걸어가는, 부처님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 비난과 자책에서 마음 이완하기
“마음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노력이 필요해요.”
보우당 불단 앞에 설치한 스크린에 문장이 떠올랐다. 내면 평화 프로젝트에 참가한 대다수의 2030 여성 등 참가자 100명이 ‘명상가’ 곽정은에게 집중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적절한 설명과 구체적인 예시로 참가자들을 자연스럽게 ‘내면 평화의 길’로 안내했다.
“온종일, 나에 대해 끊임없이 비난하고 책망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나만 조촐하게 느껴질 때, 마음이 불편하면 몸을 움직여서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몸을 못살게 굴면 잊힙니다. 효과는 있지만 지속되진 않아요. 그랬다면 역기도 들고 몇 시간씩 운동했던 저는 퇴행성 무릎을 얻었습니다(웃음). 이 생각 저 생각 안 할 거야, 하지마 이러면서 스스로 억지로 단속해보지만, 좋지 않아요. 애초에 우리 마음을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아요.”
“오늘 자애명상 한다고 내 맘에 자애심이 길러질까요? 아니에요. 다만 이것을 알고 나머지 인생을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언젠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전 가이드 라인만 드리고 세이 굿바이 하겠습니다(웃음). 준비되셨습니까?”
부드러운 음악이 보우당에 스며들었다. 조명이 빛의 밝기를 낮췄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편한 대로, 혹은 반가부좌로 좌복 위에 앉았다. 차분한 목소리가 참가자들을 자애명상으로 이끌었다. 호흡은 그냥 평소대로 내버려 두고 의식하지 않도록 했다. 그냥 자신과 호흡을 편안하게 뒀다. 최근에 자신을 비난했던 일을 떠올리라고 했다. 잠시 눈을 감고 그 불편했던 마음을 헤아렸다.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앞으로도 이렇게 불편한 느낌으로 살아가길 원하는지…. 아니라면, 쇄골 아래 다정하고 부드럽게 한 손을 올려놓으세요. 호흡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내려앉음을 느끼고, 단 한 번도 나를 떠난 적 없는 호흡을 느끼세요. 그리고 이 문장을 되뇌어 보세요. ‘부디 내가 행복하기를’, ‘부디 내가 평안하기를’….”
더러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행복해하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노력한다. 정말 자신을 위한 것은 무엇일까? 나를 아낀다는 마음은 뭘까? 질문은 자신에게 하는 노크였다.
“진정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이것은 이완으로 가는 첫 관문입니다.”
마음 이완, 나아가 자애명상은 자신에게서 멈추지 않았다. 타인으로 확장했다. 먼저 자신이 푸근하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사람,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미운 사람이었다. 쉽지 않았다. 불편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연습하러 왔으니 잘하려고 하거나, 잘 안 돼도 괜찮다”고 격려했다.
“전 ‘내가 행복하기를’에서 큰 해방감을 느꼈어요. 마음속 서랍에 엉킨 것들이 정리됐죠. 하지만 경험은 사람마다 달라요. 이게 겨우 명상의 목적지는 아니네요. 이러려고 명상을 가르치고 배우는 많은 수행자가 삶을 걸고 수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불편하더라도 연습을 계속해보는 게 중요해요.”
| 몸을 다스려 집중하기 : 고요함 발견
‘명상가’ 곽정은은 마음의 이완이 주는 편안함을 깊게 파고들었다. 문제는 24시간 내내 명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경 쓸 일이 많은 바쁜 일상에서 명상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지속력이 사라진다는 것. 지속의 힘을 기르는, 마음의 이완을 붙들어 매는 집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겨우 집중력 향상을 위해 명상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매일 밤, 자려고 누우면 온갖 걱정이나 후회에 빠져듭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내일 어떡하지? 왜 그랬지? 후회와 자책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며, 걱정과 염려 그리고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것들이 널뛰기하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자애명상에서 한 가지 더 추가해보겠습니다. 조금 더 명상에 가까운 형태로 가 볼게요.”
“지금, 이 순간에 접촉하자”며 오직, 지금 여기, 순간순간 존재하는 호흡에 집중하랬다. 호흡에 편안하게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자애문구를 합쳤다. 들숨에 ‘부디 내가’, 날숨에 ‘편안하기를’, 들숨에 ‘부디 내가’, 날숨에 ‘행복하기를’. 문구에 호흡을 붙이려고 하면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반면 호흡에 문구를 붙일 수만 있다면 더 편안해졌다. 그게 다일까?
“불면증 등 모든 고통에 명상이 만병통치약이 아니에요. 하지만 (상담, 명상을 포함한) 모든 도움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쌓이는 마음의 힘이 명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제가 체험했어요. 고통을 겪고 강해지려면 마음에 힘이 있어야 합니다.”
| ‘부디 내가 행복하기를’까지 내려놓기
그래서다. ‘부디 내가 편안하기를’, ‘부디 내가 행복하기를’까지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자애문구는 3분 뒤 은은한 종소리에 끊겼다. 호흡만 남겼다. 호흡을 잘 느껴야 했기에 코끝, 윗입술, 인중 등 호흡이 드나드는 자리에 집중하랬다.
“톱질 잘하는 목공을 상상해보세요. 나무를 톱질할 때 목공이 톱을 바라보나요? 톱날이 박힌 그 자리를 봐야 합니다. 드나드는 호흡이 아니라, 호흡이 드나드는 자리를 보세요. 나의 호흡과 함께 할 때 나의 감정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은 오늘, 완성되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오늘 명상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는 게 명상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한 번쯤 꼭 그 길로 향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스크린에 여섯 글자를 띄웠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그는 자기의 카카오톡 프로필이자 좌우명이라고 했다.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 ‘이제 어디에 의지하느냐’고 묻는 제자에게 남기신 말씀이 자등명 법등명입니다. 그 무엇에도 의지하지 말고 자신을 법으로 의지처로 삼아라. 여기서 법은 진리에요(웃음). 나이, 국적, 성별, 지위,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전 부모, 연인, 알량한 지식, 돈, 위치, 업적 등에 계속 의존하고 살았어요. 마음을 향해 끊임없이 훈련했을 때 어마어마한 마음 세상이 보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밀어내려고 어딘가에 의존하시겠어요? 아니면 자신을 등불로 의지처로 살아가시겠어요? 자신과 함께 긴 시간 있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일에 편안함과 행복감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최호승
사진. 마인드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