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20일
기어코 나를 살아내게 해준 그곳, 작은 암자에서의 기록
저작·역자 | 진은섭 | 정가 | 1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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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2-08-09 | 분야 | 종교(불교) |
책정보 |
판형_128*188mm|두께_16mm|264쪽|2도 | ISBN_979-11-92476-40-7 (03810) |
자고, 먹고, 싸고, 걷고, 쉬고 또 자고…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산속 암자에서의 단순한 생활이 가져다준 것들에 대하여
“오로지 성실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왜 하필 내게?”
일에 몰두하며 살다가 주춤한 순간, 맨땅에 내동댕이쳐지듯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만성 두통과 배앓이, 그리고 우울과 번아웃으로 인해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구나 싶었던 때였다. 건강을 위해, 망가진 마음을 수습하기 위해, 아무도 나를 모르는 조용한 곳, 산속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20일간 틈이 날 때마다 일기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나를 돌보며 지낸 그 20일 이후, 세상이, 그리고 삶이 견딜 만해졌다. 평소라면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다.
『나를 살린 20일』은 그 20일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단순한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담겨 있다.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진은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정책 홍보, 문화관광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쳇바퀴 도는 현실에 허무해졌다. 그렇다고 ‘안녕!’ 하고 인생을 종칠 수는 없어서 이제라도 미련 없이 살아보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 말대로가 아닌 내 의지대로. 청춘이라면, 젊다면 나처럼 오래 고민하지 말기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르는 게 실패하는 법 같다. 달리기는 배워도 넘어지는 건 못 배워서일까? 자빠지고 엎어지면 실패라고 생각했다. 성공하지 못해도, 부자가 아니라도 실패한 게 아니다. 세상살이 흥망성쇠도 인생길에선 다만 지나가는 것일 뿐. 실패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 저자의 말
병들면 ‘왜, 어떻게, 어째서, 하필 내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 몫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까. 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치유법을 찾아서 하면 된다. 내 경우에는 그 방법이 템플스테이였다. (…) 동면하는 짐승처럼 머물러 쉬고 나를 놓아주었다. 나를 쓰러뜨린 것도, 일으킨 것도 몸이다. 채식과 걷기만으로도 살아갈 의지가 회복되는 체험을 했다. 건강하지 않으면 인생이 겸손해진다.
∙ 프롤로그 | 안 아프고 살 순 없을까!
1부
후회 없는 한량이 될 거야
어디든 가자
아무도 모르는 곳
상견례
쉬운 게 어렵다
첫날밤
108배
네 분수를 알라
생긴 대로 살아
무계획 상팔자
분유와 키의 상관관계
유유자적
자발적 고립
후원은 공양 때만 드나든다
참기 힘든 습관
정오 무렵
복도 많지
커피 매직
무모한 도전
세상 이치
그림의 떡
공짜 와이파이를 찾아라!
화무십일홍
고3 엄마
별자리 명당
소화불량의 근원
2부
담장 너머는 남의 일
템플스테이의 맛
운동하세요!
얌체
먹을 복은 타고난다
내키는 대로 걷자
거짓말
고양이 샤워
새벽 예불
숲세권
내 몸과 대화하는 법
우리들의 행복한 수다
길상암
전용 피시방
특식 라면
위로
마음 창고
보스 없는 저녁
공안
억울해요
미니멀리스트가 되다
씻는 것도 실례
진신사리가 뭐길래
추억 소환
친구 할래?
공부가 잘 되는 이유
3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사는 노하우가 있다
부지런한 노년은 그만
감사합니다
눈이 왔다
사양합니다
스타일
오지랖
비움의 시작
처신
욕심
차라리 돈을 주세요
오늘의 스승님
잔소리 여왕
불구경
고양이야, 안녕!
구체적인 소원
가족도 이해 못하는 병
행복해?
안부 문자
자화상
제대로 먹는 방식
정글의 법칙
봄이 온 줄
입맛대로
4부
행복이 별건가
겨울 산행
덕분에
볕이 좋아서
분위기가 왜 이래
싱글은 억울하다
사는 건 거기서 거기
라떼는 말이야
행복이 별건가
내일의 몫
역할
설거지는 나의 몫
코골이 해법
삼선암 강정 만들기
금강산도 식후경
가시방석
마음이 달라져서
남들은 모른다
노동요는 미스터 트롯
너나 나나
집중이 필요해
밥심
하룻강아지
나를 위한 선물
뜻대로 하세요
노안
시절 인연
떠날 때는 미련 없이
자뻑
귀가
다시 출근
∙ 에필로그 | 변화가 나도 모르게 왔다!
∙ 부록 | 절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면 -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들
이렇게 살다간 정말 큰일 날 것만 같았던 때,
기어코 나를 살아내게 해준 20일에 대한 기록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일까? 직장에서의 승진, 높은 학업 성적, 자식의 명문대 진학, 부의 축적 등,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겠다면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다. 식사도, 잠도, 휴식도 참거나 미뤄두었다 해도 괜찮다, 버틸 수 있다고 여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다. 일이 주는 성취감과 보람 때문에 몸과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는 참고 넘겨왔다. 그러다 주춤한 순간, 한계에 다다랐던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아무리 쉬어도 피곤하고 우울감이 덮쳤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했던 일에도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번아웃’, 소진 증후군이었다. 이렇게 살다간 정말 죽거나 미칠 것 같던 때, 필요한 건 온전한 휴식이었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산속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20일간 머물며 몸을 돌보고 틈틈이 일기를 써내려갔다.
이 책은 암자에서 썼던 20일간의 일기를 엮은 것이다. 그 속에는 공양 시간에 먹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와 암자에 있는 비구니 스님들과 공양주 보살과의 소소한 이야기, 산책하며 보고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 등,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나 매일 하는, 그래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지만 단순한 행동은 삶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단순한 생활일지도 모른다. 어떤 대단한 성공이라 해도 내 몸이, 내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쓸데없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분주하게 흘러가는 도시 생활에 지친 나를 쉬게 하고, 뒤로 미뤄놓았던 나를 돌보는 일은 바로 이런 단순한 행동에 충실하는 것이다.
세상이, 삶이 견딜 만해졌다
때로는 즐길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저자가 찾은 산속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 삼선암은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머무는 사람도 많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친한 언니와 인연이 있는 주지스님과 법당 스님, 그리고 수행을 위해 잠시 머무는 선방 스님, 그리고 부엌일을 맡아 하는 공양주 보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친한 사람도 없지만 눈치 볼 사람도 없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활방식이 그동안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머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한 소리 듣게 되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 갸우뚱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사찰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다 같이 모여 일을 하는 가운데 대중가요를 흥얼흥얼 따라부르기도 하고, 스님과 재가자 사이에서 농담과 서운한 소리가 오고 가기도 한다. 밥 먹는 것마저 수행 중 하나라고 하는 공양 시간에는 더 맛있게 먹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해야만 하는 일도, 쫓기는 일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조바심을 낼 일도 없다. ‘후회 없는 한량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찾은 곳이기 때문에 저자가 하는 일은 오로지 자고, 먹고, 싸고, 걷고, 쉬는 것. 매일 야근에, 출퇴근길의 번잡한 버스 안에서도 일을 할 정도로 분주했던 시간에 비하면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있다 보니 불편했던 배앓이도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쫓기는 일이 없으니 지난날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건 결국 ‘내 마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무엇을 해도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니 ‘나’를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주변의 상황에 휩쓸리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암자에서의 20일에서 저자가 배운 행복의 비밀이다.
무조건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 한 달 살이, 호캉스 그런 거든 뭐든 그저 칩거, 은둔하고 싶었다. 도망이라도 좋으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은 간절함뿐. 호텔, 리조트, 에어 비엔비를 알아보다가 템플스테이가 생각났다. 나는 자연인 체질이라 흙냄새, 풀냄새를 맡아야 살 것 같다. 템플스테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하다가 강진에 괜찮은 사찰을 발견했다. 일단 서울에서 멀고 한 달씩 머물 수 있다. 전화를 걸어보니 예약자가 밀려 있다고 대기자 명단에 넣으란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와 일정, 비용 문제가 겹쳐 안전하게 쉴 장소가 없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더니 그중 암자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급할 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인 찬스가 직빵이다. 이것도 자존심이라고 내 한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안면식이 전혀 없는 곳이길 바랐지만 어쩔 수 없다.
— 본문 20~21쪽
여기는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사연을 심은 앙코르와트의 돌조각처럼 은근히 매력이 있다. 묵은 세월의 흔적을 감추지 않는 돌계단. 뒷짐을 지고 천천히 오르내리면 어느덧 돌이 품은 사연들이 궁금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병이 낫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돌계단을 오르내렸을까? 그 긴 세월만큼 좁은 계단의 돌은 반질반질 닳았다. 염치없지만 여기에 내 아픔 하나쯤 얹어도 되지 않을까….
— 본문 54쪽
모두 모인 조찬 시간에 혼자 물로 뱃속을 달래자니 속상해서 헛웃음이 난다. 소박한 밥상이든, 상다리 휘어지는 밥상이든 다 함께 소통하는 자리에 빠지면 쓸쓸하다. 다들 어울려 식사하는데 나 홀로 물만 들이킬 때는 더 처량해진다. ‘영양제와 건강식품 덕에 안 죽고 버티나?’ 싶다가도 ‘수십 년을 그리 막 써먹었는데 이만큼 버텨준 것도 용하지.’ 그런 마음도 든다.
“고맙다, 몸아. 죽지 않고 살아줘서….”
말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 본문 64~65쪽
사실 예불은 게으름, 잔꾀와의 사투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쉽지 않고, 볕 좋은 낮엔 일광욕하고 새소리 들으며 산보하고 싶다. 저녁에는 일단 방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다. 산중에는 별다른 유흥거리가 없고, 해도 빨리 지니 뜨뜻한 아랫목이 최고다. 자도 앉아서 자고, 졸아도 앉아서 존다. 자주 잠의 유혹에 굴복하지만 마음이 맑아지고 차분해진다. 일주일이 지나니 새벽의 고요 속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아졌다.
— 본문 96~97쪽
암자 생활은 일상생활과 비교했을 때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반대로 쓸모없는 물건을 많이 갖고 사는구나, 반성하게도 만든다. 미니멀리스트의 노하우란 물건을 다용도로 쓰는 것일 거다. 적은 살림 덕에 물건의 숨은 용도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패딩은 방문 앞에 걸어두고 웃풍 가리개로, 참선 중엔 무릎 덮개로, 낮에는 이불 대신 쓴다. 주어진 대로 적응하게 된다.
어쩌면 미니멀리스트가 본래 삶의 방식인데 물건을 쌓고 치우고를 반복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건 아닌가 싶다. 주변이 깨끗해지니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진다. 지혜는 치우고 비우는 데서 나오는 모양이다.
— 본문 124~125쪽
요즘 툭하면 듣는 소리가 ‘100세 인생’인데, 노년이 반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길어진 수명만큼 70세까지는 일해야 한단다. 지금까지 일한 것만도 충분한데 어찌 팔팔하게 일만 하다 죽으라는 건가, 끔찍하게. 게으르게 살아도 건강하고 마음 편하면 그만이다. 누가 뭐라거나 간섭할 사람도 없는데 척하고 살지 말자. 놀다 죽고 싶다.
— 본문 142쪽
그릇 닦는 것이나 컵 닦는 것이나 내 눈엔 거기서 거기다. 나름대로 지켜온 원칙과 질서는 존중하지만 때론 이런 디테일이 피곤하다.
하지만 음식 맛에 쏟는 정성 못지 않게 수세미 한 개도 허투루 쓰지 않는 까탈스러움, 고집스러움이 일대 최고라는 평판을 불렀을 것이다. 그래서 공양주 보살님도 그런 주지 스님의 엄격함을 따르는 것이겠지. 역시 아무나 고수가 되는 게 아니다.
— 본문 162~163쪽
‘어서 나아야지’, ‘마음을 바꾸면 돼’라는 식의 남 말은 쉽다. 과로사 직전까지 가보고, 번아웃에 10년 가까이 시달리고 하는 소린지 궁금하다. 그냥 안아줄 수 없다면 바라보기만 해라. 손가락질하고 뒷담화하는 것보단 낫지만 충고나 조언은 본인 마음부터 바꿔보고 해도 늦지 않다. 편견이나 동정이 싫어서 애써 괜찮은 척 건성으로 넘기다 보면 결국 상처만 곪는다.
널뛰는 마음을 조절하고 달래야겠다고 다짐한 이후에는 빈말은 안 하려고 한다. 내 감정을 속이고 남 눈을 의식하며 살아온 세월만큼 나는 병들고 무기력해졌다. 기분은 80세인데, ‘곧 회복될 거예요. 좋아지겠죠.’ 그러면서 쓸쓸하기 싫다.
— 본문 198~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