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있수다] 운주사에 뜬 외계+인과 북두칠성
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불교 이슈 있수다
1. 칠석과 북두칠성, 운주사와 <외계+인> 연결고리
음력 7월 7일(8월 4일)은 칠석입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석과 북두칠성, 운주사와 영화 <외계+인>이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별입니다.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얼치기 도사 무륵은 왜 운주사에?
이번 여름 <암살>, <도둑들> 등 ‘쌍천만’ 흥행을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복귀작 <외계+인>을 내놨어요. 기대보단 호불호가 갈리면서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100만을 넘지 못하면서 분석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외계인이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둬왔다는 발상으로 시작한 영화라고 하네요(내용은 생략). 그런데! 배우 류재열이 열연한 얼치기 도사 무륵이 액션과 도술을 펼친 곳이 운주사였어요.
<외계+인> 촬영지 중 하나가 운주사?
네.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무륵이 “반야바라밀” 주문을 외면서 던지는 부채에서 우왕과 좌왕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러 탑과 불상이 영화 속 인물들과 한 장면에 잡히는데, 이곳이 바로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 운주사에요.
왜 운주사에서 찍었을까?
배우나 감독 등 인터뷰에서 딱히 운주사에서 찍은 이유가 나온 적은 없어요. 하지만 외계인을 떠올리면 우주 저편 어떤 별을 떠올리는데, 운주사가 별은 물론 와불 관련 신비스러운 사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어요.
운주사가 어떤 사찰이길래?
운주사 관련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있어요. ‘운주사에는 천개의 석불석탑이 있고, 석실에 두 개의 석불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다’라는 딱 한 줄뿐이에요. 대신 여러 이야기가 전해요. 마고할미가 치마에 돌을 담아 천불천탑을 쌓았다고도 하고, 국운이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국사였던 도선 스님이 하루 밤낮에 천불천탑을 쌓았다는 말도 있어요. 운주사에는 사연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와불과 불상 그리고 탑이 즐비하게 자리한 도량이에요. 칠성바위를 있다는 이유로 칠성신앙의 근거지였다고도 하고, 와불이 일어나면 운주사가 수도가 된다는 등 온통 ‘믿기 힘든 이야기’가 서린 곳이죠. ‘믿기 힘든 이야기’와 북두칠성을 땅으로 옮겨놓은 ‘칠성바위’…. 감, 잡으셨나요?
북두칠성을 땅에 옮겨놨다고?
운주사의 서쪽 와불 아래에는 칠성바위가 있어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형 돌덩이가 북두칠성 모양으로 놓여있고요. 이렇게 큰 바위를 깎아서 북두칠성을 표현한 곳은 운주사가 유일하다네요. 이 바위들을 선으로 이어보면 북두칠성 배열이 나오고, 바위의 이름이 칠성바위에요.
북두칠성이 칠성?
북두칠성이란 북쪽 하늘에 밝게 빛나는 7개 별이고, 국자 모양을 하고 있어요. 이 북두칠성은 별자리를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던 옛날부터 신성하게 여겨온 별자리에요. 우리나라에도 북두칠성, 그러니까 칠성에게 음력 7월 7일 칠석날이면 장수와 복을 비는 세시풍속이 있어요. 칠석하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에요. 이날의 세시풍속이 절집으로 들어왔고요.
별을 신앙하는 풍속이 절에?
네^^ 월간 불광 574(8월)호 ‘여래가 된 별님, 북두칠성’을 보면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별을 신앙했어요. 서기 408년에 만들어진 고구려 벽화에도 견우와 직녀가 등장하는데, 이미 별 관련 이야기가 널리 퍼진 거라네요. 아무튼, 칠월 칠석엔 사찰에서 치성광여래에게 칠석재(기도)를 올린다고 해요.
칠성은 뭐고, 치성광여래는 누구?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는 ‘치솟는 듯한 불빛의 부처님’이라는 뜻으로 북극성을 말해요. 칠성은 북두칠성이고, 7개의 별 다시 말해 절에서는 칠성여래라고 하고요. 도식화하면 치성광여래=북극성, 칠성여래=북두칠성. 북쪽 하늘 일곱별의 신은 약사신앙의 약사칠불과 동일한 불성(佛性)을 나타내는 칠성여래로 바뀌었다고 해요(‘불화로 살펴본 칠성신앙’). 북극성이 ‘밤하늘의 황제’인 만큼, 후불탱화에서도 중심에 치성광여래가 있고 뒤에 칠성여래가 그려지는 게 일반적이에요.
절엔 치성각이란 전각은 없던데?
맞아요. 주로 칠성각, 삼성각 드물게 북두각이라는 전각이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들어온 치성광여래 신앙보다는 칠성신앙이 강했다고 해요('한민족의 북두칠성 신앙'). 정화수 떠놓고 별을 보고 비는 행위도 칠성님을 대상으로 했고요. 우리에겐 칠성님이 가장 중요한 하늘의 신으로 믿어져 왔다네요.
그럼 칠성신앙은 뭔데?
북두칠성은 국자 모양인데, 국자에 생명수를 담아 하늘에서 인간 세계에 뿌려준다고 믿었다고 해요. 오래전부터 신격을 부여한 북두칠성은 생명과 수명,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해서 ‘칠성님’이라고 불렀다네요. 그래서 기도할 땐 어떤 주문을 염하는데 “북두칠성이 밤낮으로 가리킨 곳마다 영원한 보호와 장생을 주소서”라는 구절이 있기도 해요. “인간 세계를 비추어 수명과 복덕을 내리십니다”라는 칠성기도의 칠성청(七星請) 구절도 있어요.
기도 말고 젊은 세대가 즐길 문화는 없어?
견우와 직녀에서 착안한 마당이 있어요. 대한불교청년회는 ‘칠석 브릿지’라는 이름으로 ‘심리테스트-견우, 직녀 탐구생활’ 등 선남선녀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열었어요. 코로나 탓에 2021년에는 메타버스로 진행했다네요. 곧 다시 오픈한다고. 마인드디자인(대표 김민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칠석데이-20대가 한복을 입고 사랑을 나누는 날’ 행사를 진행했어요. 올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8월 11일 다시 연다네요. 한복을 입고, 아티스트와 음악을 즐기고, 오작교 파티를 하는 거예요. 탑돌이도 하고요^^ 올해는 초청 행사로 작게 하고 내년부터 크게 할 거라는 건 안비밀!!
이번 주는 영화 <외계+인>과 북두칠성 그리고 칠석과 운주사를 연결해봤어요. 억지스러울지 몰라도, 영화 촬영지로 운주사를 택한 감독의 결정이 헤아려지시나요? 민간신앙과 사찰에 깊숙이 들어온 별 관련 신앙도 한 번쯤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도 쉽고 흥미로운 이슈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