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욕망, 쾌락 그리고 중독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4)]
불교 우주관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하나의 은하가 하나의 세계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은하는 하나의 세계인 겁니다. 부처님께서는 은하 하나하나가 각각 하나의 세계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각 세계에는 세 개의 영역(삼계, 三界)이 있습니다. 그건 욕계, 색계 그리고 무색계입니다. 이건 불경에 설명된 우주입니다. 그중에서 우리 인간들이 사는 이곳은 욕계라고 불립니다.
왜 욕계라고 부릅니까? 왜냐하면 그 거주민 즉 우리 인간들에겐 많은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탐합니다. 잠도 자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출가자들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음식과 잠에 대한 욕심을 냅니다. 사람들의 믿음과 반대로 출가자들은 돈보다는 음식과 잠에 대한 욕심이 더 큽니다. 그리고 그 외에 인간에게는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욕이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욕계라고 부릅니다. 좋은 자동차와 더 비싼 집을 가지고 싶어 하고, 보석도 좋아합니다. 좋은 향기도 좋아합니다. 온갖 종류의 욕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린 온종일 한 욕망에서 다른 욕망으로 옮겨갑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욕망의 뒤를 쫓습니다.
그런데 이 욕계에는 여섯 개의 천상이 있습니다. 그중 두 번째 천상이 바로 기독교의 신이 있는 곳입니다. 불교 우주관에 따르면 기독교의 신은 정말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매우 영향력이 큽니다. 그래서 사실 불교인이 기독교인을 미워하거나 배척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천상의 신은 아주 좋은 신이고, 원래부터 많은 추종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 중 몇 명이 종종 우리한테 와서 자랑하는 겁니다. “스님! 내가 믿는 천신을 믿으면 기적이 생겨!”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좀 전에 언급했듯 욕계에는 이 천상 외에도 여러 천상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욕계 맨 꼭대기에 여섯 번째 천상이 있습니다. 그곳엔 천마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욕계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하는 게 바로 천마들이 사는 곳입니다. 왜 그들을 천마(天魔), 즉 ‘Heavenly demons’라고 부를까요? 왜냐하면 이들은 우리에게서 쾌락을 훔쳐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대마초 같은 걸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대마초나 여러 환각제를 하고 쾌락을 경험합니다. 그러면 그들도 그 쾌락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더 강도 높은 감각적 경험에 흥미가 있습니다. 소소한 쾌락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그래서 천마는 늘 더 높고 강력한 걸 추구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그들이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천마는 우리에게서 쾌락을 훔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게 우리의 몸을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쾌락에 쉽게 중독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다양한 최악의 중독이란 바로 천마의 조종하에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그 쾌락을 훔쳐 가기 위해서 그런 중독을 만들어냅니다. 그게 그들이 감각적 행복을 경험하는 방법입니다. 중독도 쾌락의 한 형태입니다. 그것이 천마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고취되는 그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당김, 그 중독이 천마를 흥분하게 합니다. 그게 그들에게 매우 강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중독이 바로 천마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뭐에 취한 경험은 중독과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가 가진 중독은 사실 쾌락으로부터 끌려가는 겁니다. 안 그런가요? 그게 바로 천마가 바라는 점입니다. 약물에 취해서 느끼는 쾌락은 중독에 비하면 그들에게 소소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보십시오. 게임이 얼마나 중독적인지 아시나요? 저도 대학교 때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그런 게임들에 중독돼서 PC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중독이 있으면 사람들은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습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중독에 어린이와 어른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 게 천마를 흥분시킵니다. 그런 걸 천마들이 좋아합니다. 뭐든 중독에 대해서 말해보십시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여러 중독은 천마의 조종하에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쾌락을 즐기고 훔쳐 갑니다. 그 힘을 훔칩니다.
우리는 마약이나 게임뿐 아니라 알코올, 음식, 향기 등에도 중독됩니다. 이런 중독은 사실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부터 더 많이 생깁니다. 음식에 중독된 사람 중 꽤 많은 이가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린 기분이 안 좋으면 먹고 마셔야 합니다. 안 그런가요? 기분이 나쁠 때 먹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아무튼 이런 일들이 욕계에서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더 높은 천상에 올라갈수록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예로 불경에는 사실 이런 천상에 대한 내용이 잘 기록돼 있습니다. 선화 상인의 제자들이 불교 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한 <불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라는 책자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천마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천상에서 기독교의 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까요? 인간의 세월로 얼마나 오래 살아왔을까요?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년도 안 됩니다. 이에 비해서 기독교의 신은 대략 3600만 년을 산다고 합니다. 천마는 심지어 그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92억 년을 삽니다. 길고 긴 세월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모든 쾌락을 좋아합니다.
요약해서 우리는 욕계에서 흐트러져 있습니다.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어떤 것에 집중하려고 할 때마다 욕망에 의해서 생각이 올라와 우리를 끌고 가버립니다. 그래서 흐트러져 버립니다. 그래서 우리의 세상을 욕계라고 부릅니다.
*참고법문: 영화 스님의 ‘천상에 대한 불교의 견해’(2015년 10월 17일)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