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말을 걸다] 문태준 ‘연꽃’
시인이자 출가수행자인 동명 스님의 ‘시가 말을 걸다’를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원문은 다음카페 ‘생활불교전법회’, 네이버 밴드 ‘생활불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연꽃
_문태준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너른 대접에 부어놓네
담겨진 물은 낮춰 대접에게 잘 맞추네
나는 일 놓고 연꽃만 바라보네
연꽃의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활짝 핀 꽃 깊고 깊은 곳에
어머니의 음성이 흐르네
흰 미죽(米粥)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으로
산중(山中) 제일 오목한 곳에 앉은 암자(庵子) 그 모양대로
(문태준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2018)
[감상]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너른 대접에 붓습니다. 물은 대접의 모양에 맞추어 넓게 분포됩니다. 그 대접에 연꽃이 심어져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인은 일을 놓고 연꽃을 바라봅니다. 연꽃의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연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활짝 핀 꽃 깊고 깊은 곳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음성은 ‘흰 미죽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이었습니다. “우리 아기 잘 먹네. 그래 한입 더 먹자!” 어머니의 입이 연꽃 모양으로 활짝 피면서 아이를 응원합니다.
연꽃의 깊고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음성은 마치 “산중 제일 오목한 곳에 앉은 암자의 그 모양” 그대로입니다.
동명 스님
중앙승가대 비구수행관장. 1989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 1994년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 20여 년 활동하다가 지난 2010년 출가했다. 저서로는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제1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벼랑 위의 사랑』과 산문 『인도신화기행』,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