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삼조, 템플스테이에 더하기

[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2022-06-28     유동영

템플스테이 사찰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이내에 있는 명소들을 찾았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절들처럼 조금만 눈을 돌리면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장소들이지만, 절이 함께 있어서 비로소 의미가 배가 되는 곳들이다.

경북 문경 봉천사 마당 

 경북 문경 봉천사 마당 

봉천사는 문경 시내에서 차로 15분, 문경의 대표 템플스테이 사찰인 대승사와는 약 40분 거리에 있다. 해발 360m의 나지막한 산에 있지만, 남쪽으로 문경의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백두대간 멀리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가을에는 개미취가 절경인 곳이다. 바로 옆엔 400년 고송의 병암정과 봉덕사지 3층 석탑 등이 있어서 봉천사 그대로가 템플스테이 장소이기도 하다. 불자라면 동틀 녘 고요 속에서 하늘과 땅을 향해 울리는 도량석을 음미해볼 만하다.  

문경 대승사

 

강원 강릉 허난설헌 생가터의 소나무 숲

강원 강릉 허난설헌 생가터의 소나무 숲

강릉 경포대 바로 옆, 초당두부의 기원인 허난설헌 생가터를 두르고 있는 솔숲이다. 커피로 특화된 강릉 현덕사와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초당(草堂)은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다. 그가 이곳의 맑은 물로 두부를 만들면서 지금의 초당두부가 됐다. 힘겨운 시댁 생활을 하다 300여 수의 시화를 남기고 27세에 요절한 허난설헌, 역모로 49세에 능지처참 형을 당한 오빠 허균 등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삶은 참혹했으나, 그들이 걸었을 법한 솔숲 사이의 길은 사뿐하고 향기롭다. 근처에는 맛 좋은 초당두부집과 커피집들이 즐비하다. 근처 송정해변 모래사장에는 또 다른 해송 숲이 있다. 

강릉 현덕사 

 

전남 지리산 피아골

전남 지리산 피아골

피아골은 구례 연곡사 앞으로 흐르는 지리산 계곡이다. 지리산의 중심인 반야봉과 노고단 사이의 계곡답게 깊고 풍요롭다. 이런 계곡이 올해는 몇 달째 이어지는 가뭄으로 말라간다. 진녹색으로 큰 바위 전체를 덮었던 이끼는 물과 맞닿는 아래쪽에만 조금 남았고, 이마저도 점점 고스러지고 있다. 용케도 적은 양의 물이나마 때로는 작은 폭포를 이루기도 해 깊은 계곡의 면모를 아예 잃지는 않았다. 한 시간 이내로 걷는 계곡 길은 연곡사의 포행로처럼 편안하다. 묘한 것은, 걷는 동안 숲에 가려져 있는 지리산의 웅장함이 그 좁고 작은 오솔길에서도 느껴진다는 점이다.

구례 연곡사

 

전북 고창 심원면·해리면 갯벌 해변

전북 고창 심원면·해리면 갯벌 해변

선운사의 선운산을 넘으면 펼쳐지는 해변이다. 참당암의 지장보살 전설이 이 바다에서 시작됐고, 1681년 경주에서 출발한 나한 21권속도 이 바다를 타고 선운사 참당암에 모셔졌다. 2013년, 유네스코는 고창을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2021년에는 고창에서 영광 등 서해안 일대의 갯벌이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변산에서 곰소를 거쳐 고창과 영광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갯벌 해변은 동해안의 7번 국도와 비견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가졌다. 고창이 변변한 제조 공장 하나 없이도 그 위상을 잃지 않는 데는 바다를 백그라운드로 가진 선운사의 외호 덕분일 것이다. 

고창 선운사

 

충남 서산 검은여

충남 서산 검은여

영주의 부석은 절 안에 있으나, 서산의 부석은 차로 십여 분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검은 돌들로 이뤄진 이곳은 지금처럼 간척이 되기 전에는 바다에 떠 있는 듯이 보였다고 한다. ‘부석사’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간척사업으로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이 돌섬을 신성시 해오던 마을 주민들의 건의로 당시 간척사업의 당사자였던 ‘현대’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돌들은 간척지 안에 있기는 하나 정자에 오르면 돌들 너머 남서쪽으로 서해가 보인다. 매년 4월 3일이면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돌들이 검은색이어서 ‘검은여’다. 

서산 부석사

 

충북 영동 월류봉

충북 영동 월류봉

월류봉은 문수도량인 영동 반야사와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천팔경 중 제1경이다. 비가 내린 뒤나 안개가 있는 아침이면 안개와 구름이 월류봉을 진하게 덮는다. 특히 가을철에는 안개가 잦아 순간순간 다른 세상을 연출한다. 월류봉 맞은편에는 우암 송시열이 머물며 공부를 했다고 하는 한천정사가 있다. 반야사 일주문 즈음에는 찻길과 냇물의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차가 아닌 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듯한 착각이 든다. 극락전 마당에는 3층 석탑과 함께 500년이 넘는 배롱나무 한 쌍이 웅장하고 우아하게 서 있다. 7월부터 9월 사이의 반야사 템플은 적어도 일석삼조다. 월류봉과 문수전, 그리고 백일홍까지.

영동 반야사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