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코로나와 젊은이들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49)]
최근 뉴스에서 우연히 코로나19에 따른 청소년의 우울감, 즉 ‘코로나 블루’에 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이런 뉴스를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문제의 심각성은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주변에서 우울증을 겪는 젊은이와 청소년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과 아동의 정신 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갖고 고립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다른 이를 배려하거나, 타인과 갈등에 대처하는 법,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순응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40을 넘었지만 이런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상하면서 비슷한 문제들을 많이 직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장기화는 젊은이들의 인격 형성을 위한 중요한 시기를 빼앗아갔습니다. 지난 2~3년간 완전한 고립상태로 지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관심은 온통 확진자수, 전염률, 사망자수 등에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이 미칠 영향이 코로나보다 훨씬 길고 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신 건강 문제는 표면에 드러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가 심겨 있을 것입니다.
미국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지속되는 동안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 증세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 간 청소년 숫자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런 수치만 봐도 지난 2년간 아동과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경우, 자신의 문제에 대한 표현을 못 할 수 있어서, 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 정신의학신문에서도 2021년 초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이 어느 때보다 더 붐볐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야단과 체벌밖에 모르는 기성세대와 한집에 고립된 채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나 젊은이들의 정신적 웰빙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니 그런 문제를 자주 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거나, 대화해볼 기회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그런 습득 능력 즉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방법,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누군가 날 도와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할 수도 없습니다. 이건 젊은 세대가 타인의 감정과 생각에 공감할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젊은 세대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열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종교 활동이나 심신의 균형을 줄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자녀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줄이고, 정신적,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사람은 보통 다른 이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원하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흡수해 나갈 수 있습니다. 자녀가 원한다면 종교 활동, 명상 또는 요가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두십시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이고 창피한 마음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게 좋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이미 자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비난하거나 야단을 치면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이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녀가 앞으로 자기 스스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입니다. 힘과 지혜를 배우고 얻을 다양한 기회와 길을 열어주십시오.
현안(賢安, XianAn) 스님
출가 전 2012년부터 영화(永化, YongHua) 스님을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매년 선칠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명상 모임을 이끌며 명상을 지도했으며, 2019년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다. 스승의 지침에 따라서 2020년부터 한국 내 위앙종 도량 불사를 도우며 정진 중이다.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상주하며, 문화일보, 불광미디어, 미주현대불교 등에서 활발히 집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