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도의 ‘고양이가 주는 행복~’ 법보시
난데없이(?) 들이닥친 고양이, 어쩔 수 없는(?) 인연을 받아들인 스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몇 해나 같이 보낸 둘의 이야기에 마음을 연 어느 신도도 있다.
‘고양이 집사’가 된 스님과 고양이의 기묘한 6년 동행이 써 내려간 행복, 그는 더 많은 사람과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불광출판사, 2022)를 쓴 송광사 탑전의 보경 스님에게 뜻을 전했다. 학인스님들이 공부하는 승가대학(강원)과 교도소, 특수교육기관 학교(소년원)와 책 속의 메시지를 함께 읽는 시절인연을 맺고자 했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는 선방 10년, 주지 12년, 고양이 집사 6년을 산 보경 스님의 고양이 에세이다. ‘바라보기’와 ‘기다리기’를 주제로 한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고양이와 무더운 여름을 함께 나며 터득한 ‘느리게’와 ‘느긋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담은 『고양이를 읽는 시간』에 이은 고양이 시리즈 3탄이다. 첫 책이 인연 맺고 처음 같이 산 겨울을, 두 번째 책이 여름을 그리고 세 번째 책은 봄과 가을 이야기를 담았다. 고양이와 보낸 사계가 고스란히 책에 녹아든 셈이다.
“내가 냥이를 돌보면서 얻은 공덕이라면 기쁘게(Happy), 유쾌하게(Pleasant) 살겠다는 각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책상 앞에 ‘나는 기쁘게 오늘 하루를 살 것이다’라고 붙여놓았다. (중략) 심신의 유쾌하고 경쾌함은 햇살처럼 번지며 깃털처럼 가볍다. 냥이의 경우, 양탄자도 필요 없고 보석으로 치장한 집이라 해도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종이상자라도 하나 구석에 놓아준다면 행복하게 한나절을 깊은 잠에 빠져 보낼 수 있다. 기쁨이 있는 가난은 훌륭하다고 하는데, 냥이는 이런 철학에 아주 충실한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p.75~76)
이 메시지를 그는 함께 읽고 싶어 했다.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는 의지와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정작 그는 자신의 이름을 원하지 않았다. 보살(여성 재가신도를 지칭)인지 거사(남성 재가신도를 지칭)인지 물어도 스님은 답을 하지 않았다.
스님과는 오랜 인연이었다. 송광사 포교당 서울 법련사 주지 시절 바람처럼 스치듯 만난 인연이었다. 스님에 따르면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책 속에 묻혀 앉아 있는 스님이 그 책을 다 봤다는 말을 듣고 깼다. 다음 날 법련사를 지나다가 책 속에 파묻혀 앉아 있는 보경 스님을 보고 불쑥 법련사로 들어갔다. “책을 보며 공부하고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라고 말을 꺼낸 그와 차담을 했다는 게 스님의 전언이다. 이후로 그는 보경 스님이 낸 불서를 법보시 했단다. 이번에도 그는 스님의 책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 1,000권을 법보시 했다. 그렇게 그는 법련사 시절부터 고양이 이야기로 책 3권을 쓴 탑전 시절까지 20년 가까이 스님과 인연을 이어왔다.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고양이를 통해 자신을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랑도 깨닫길 바랍니다.”
그의 바람이다. 보경 스님은 “그의 법보시가 행복 찾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내가 가진 행복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름다운 법보시 인연을 전하는 스님의 목소리가 따듯했다.